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한국인 소설가 한강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 작가 가운데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강이 처음이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상은 책을 쓴 다음의 아주 먼 결과잖아요.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 당시)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는데, 제겐 상 받은 순간이 기쁜 게 아니라 소설 완성한 순간이 가장 기뻤다."(2023년 메디치 외국 문학상 수상 당시)
"우리가 이 세계에 잠시 머무는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이 세계에서 끝끝내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천천히, 더 나아가고 싶다." (2018년 김유정 문학상 수상 당시)
“올해는 제가 첫 소설 발표한지 삼십 년이 된 해다. 그동안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 때로 신비하게 느껴진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더 먼길을 우회해 계속 걸어가보려고 한다." (2024년 삼성호암상 수상 당시)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데 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물음에) 나는 어릴 때부터 번역서 뿐 아니라 한국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자랐다. 그러니 나는 내가 매우 가깝게 느끼고 있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내 친구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를 바란다."(2024년 한강과 노벨위원회와의 일문일답)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소설가 한강(53)은 그간 상에 대해 특별히 중요치 않게 생각했다.
지난 2016년 5월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고도 겸손했으며, 향후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아직 생각할 단계가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이는 때 이른 수상 이야기를 하기 보단 작품의 완성도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지론대로 한강은 그간 수상을 위한 문학 활동이 아닌, 독자들과 소통을 위한 문학 활동에 집중해왔다.
당시 한강은 부커상 수상의 기쁨도 잠시 언론과 대중의 큰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듯 "최대한 빨리 제 방에 숨어서 글을 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밝히며 귀가했다는 후문이다.
한강은 다른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할 때도 오직 작품성에 대해서만 논했다.
지난해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을 때도 수상의 기쁨 보단 "소설이 완성한 순간이 소설을 써오면서 가장 기쁜 순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당시 그는 "쓰는 중간에 완성 못할 것 같은 고비도 많았고, 편집자에게 못 쓰겠다고, ‘죄송하지만, 완성 못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기도 했다"며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는데, 제겐 상 받은 순간이 기쁜 게 아니라 소설 완성한 순간이 가장 기뻤다"고 떠올렸다.
그간 감정을 호소하는 수상 소감보단 본인 작품의 완성도와 문단계 발전의 길을 강조했던 한강은 세계 문학상의 정점인 노벨상을 받고도 끝내 겸손함을 유지했다.
노벨위원회와 전화 인터뷰에서 수상 소식을 전화로 듣고 매우 놀랐다면서도 "오늘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전한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삶의 의미를 탐구한 선배 작가들의 노력과 힘'이 자신의 영감이었다고 밝혔으며, 자신의 수상 소식이 한국의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 "나는 내가 매우 가깝게 느끼고 있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며 한국문학을 치켜세웠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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