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육아휴직 공개 의무화, 저출산 앞에 못할 건 없다

美 머스크, 또 한국 인구 비관론 내
컨트롤타워 인구부 출범 지연 안돼

[fn사설] 육아휴직 공개 의무화, 저출산 앞에 못할 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착공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9일 또 한국의 낮은 출산율을 언급했다. 머스크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서 화상 대담자로 출연, "현재 출산율을 기준으로 한국 인구는 지금의 3분의 1보다 훨씬 적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인구 전문가는 아니지만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류멸망 시나리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날도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단기적으로 인공지능(AI)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론 인구붕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가장 우려스러운 나라로 한국을 다시 지목한 것이다.

머스크는 2년 전에도 "3세대 이후 한국 인구는 현재의 6% 미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이 홍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붕괴를 겪고 있다며 그렇게 말했다. 외신과 세계 석학들도 한국의 저출산을 중세 흑사병에 빗대는가 하면 2070년 한국 멸망론까지 제기한 적이 있다.

머스크가 비관론의 기준으로 삼은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역대 최저치였다. 다행히 올해는 2015년 이후 해마다 추락을 면치 못했던 출산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한가닥 희망을 보여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합계출산율이 지난해보다 0.02명 높은 0.74명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7~8월 출생아 수가 두달 연속으로 증가한 덕일 것이다.

반등세가 일시적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혼인을 미뤘던 커플들의 결혼 수요가 회복되면서 출생아 수가 깜짝 증가한 것일 뿐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관론을 딛고 미미한 반등세를 확고한 추세로 돌리는 일은 현 정부의 가장 무거운 숙제다. 이보다 더 떨어지지 않게 획기적 대책을 구사해야 할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이날 제5차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지금까지 나온 대책에 더해 추가로 다양한 대책을 발표한 것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뜻이다.

이날 나온 대책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육아휴직 현황 공개 의무화다. 내년부터 상장기업은 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 현황을 남녀를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 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은 내년 1월부터 최대 2년간 정기세무조사를 유예받는다. 육아휴직도 더 탄력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도 좋은 아이디어는 즉각 반영해야 한다.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보고 허점을 보완하는 것 역시 더없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강력한 정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 인구부다. 대통령실은 인구전략기획부 출범과 동시에 인구전략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미적댈 이유가 없다.
인구부 출범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련해 여야 간 견해차도 크지 않다고 한다. 정쟁의 대상이 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여야가 뜻을 모아 올 정기국회 회기 안에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