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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ETF 드디어 출시...국내 증시 불씨 살릴까

초기 자산 규모 5110억원 상당
일본·ESG지수比 많은 자금 모여
수급 측면서 효과 기대하지만
중소형주 위주 영향·반짝 인기 경계

밸류업 ETF 드디어 출시...국내 증시 불씨 살릴까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및 상장지수증권(ETN)이 첫삽을 뜬 가운데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예상보다 양호한 수준으로 자금이 모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대형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TF·ETN 초기 운용 자금 시장 기대 상회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유가증권시장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 12종과 ETN 1종이 상장됐다. ETF로는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전략 9종과, 펀드매니저가 지수 미편입 종목 외에 유망기업을 포함할 수 있는 액티브 전략 3종이 출시됐다. 패시브 ETF 9종 중에서도 8종은 PR(주가수익지수·Price Return)를, 1종은 TR(총수익지수·Total Return)을 따라간다. PR은 분배금을 곧바로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형태를, TR은 분배금을 재투자하는 형태를 말한다.

증권가에서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추종 상품 출시로 국내 증시에 선순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인다. 우선 총 자산 규모(AUM) 측면에서 ETF와 ETN을 합한 총 상장지수상품(ETP) 상장 규모는 5110억원 상당이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당초 추진하던 초기 설정액 1조원엔 미치지 못하지만 보수적인 시장 기대치에 비해 선방했다는 평가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약세장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 번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지 여부에 주목한다"며 "이미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들 중 일부는 정책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면도 있으나 12개 ETF의 동시 출격과 기업 밸류업 펀드 조성을 통한 대규모 자금 집행으로 수급 측면에서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판단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SG 지수 출시(1640억원) 대비 거래소의 지수 활성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또 일본판 밸류업 지수인 'JPX 프라임 150'을 추종하는 ETF 2종의 초기 설정액이 184억원었다는 점과 비교해서도 양호한 성과다. 앞서 일본에서는 지난 2023년 7월 JPX 150 지수가 출시되고 올해 1월 이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 'iFreeETF JPX Prime 150 ETF'가 상장되고 이어 3월 'NEXT FUNDS JPX Prime Index ETF'가 상장됐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초기 파급력이 이보다 컸던 셈이다.

"대형주 단기 수급 효과 제한적...자금 흐름 지켜봐야"


하지만 이 같은 밸류업 ETF·ETN 상장이 단기적인 국내장 상승세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상대적으로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이 적은 중소형주 수급은 기대할 수 있지만 대형주에 대해서는 역할이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초기 설정된 ETF는 현금으로 주식을 매수하기 보다는 기존 펀드에서 대여한 주식을 기반으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ETF는 11월 4일에 상장되지만 11월 1일이나 4일에 강한 순매수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ETF의 비중 상한이 있기 때문에 대형주의 수급 개선 효과는 강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선례로 삼고 있는 일본의 상황을 들어 밸류업 ETF 인기가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벤치마크로 삼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밸류업 ETF 출시 이후 자금이 의외로 강하게 유입되지 않았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라며 "밸류업 ETF 상장 직후 초기 자금 흐름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사례에서도 확인되듯 유사 ETF 간의 자금 이전 흐름이나 주요 테마주의 초기 성과 이후의 흐름은 전반적인 금융시장 환경에 연동되는 만큼 상장 이후 ETF 자금 흐름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 4일 전 거래일 대비 21.35p(2.18%) 오른1002.21에 장 마감했다. 앞서 삼성전자 등 국내 증시 부진으로 코스피와 함께 3거래일 연속 하락했지만 미국 주식시장 반등, 민주당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결론 등에 힘입어 상승 전환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