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경영상 일체 이루면 하나의 사업장"
두 회사 상시근로자 수 5인 이상이면 근로기준법 적용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별개의 법인이어도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지휘·감독이 이뤄진다면 '하나의 사업장'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심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여행업체인 A사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겪다 사업 폐지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지난 2020년 10월 직원 B씨를 해고했다. 당초 B씨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구제신청은 각하됐지만 중노위에서 이를 받아들이자, A사는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A사와 계열사 C사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A사는 상시근로자 수가 5명 미만이지만, C사의 한국영업소 직원 수를 합산할 경우 5인 이상이어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A사는 지난 2018년 외국법인에 인수됐는데, 이 법인의 종속기업인 C사가 한국영업소를 운영해왔다.
중노위는 "원고는 실질적으로 C사의 한국영업소와 인사·회계 등이 통합돼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됐으므로, 폐업상태 등은 정당한 해고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A사 측은 "C사와는 독립된 법인으로, 재무, 회계, 인사·노무관리 등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별개의 사업장"이라고 주장했다.
1심에 이어 2심은 A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사와 C사가 하나의 사업장이므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직도상 A·C사 한국영업소 소속 직원들이 구분 없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점 △A·C사 한국영업소가 함께 사무실을 사용하며 협업하는 등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점 △C사가 A사를 지휘·감독하는 등 사실상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던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1심 재판부는 "A사와 C사 한국영업소가 영위하는 사업 전체의 폐업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폐업으로 인한 통상해고가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가 B씨에 대한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보이지 않고, 전환배치 등 고용을 유지할 여력이 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A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A사와 C사 한국영업소는 경영상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들의 상시 사용 근로자 수를 합산하면 5면 이상이므로,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및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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