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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침체 중화학업계 사업재편 필요... 자금력 있는 사모펀드로 경쟁력 회복"[M&A 리더에게 듣는다]

(4) 길기완 딜로이트안진 경영자문 대표
업종별 전문화 펀드 두각
저평가 상장사 투자 증가
국경간 M&A거래도 늘듯

"장기침체 중화학업계 사업재편 필요... 자금력 있는 사모펀드로 경쟁력 회복"[M&A 리더에게 듣는다]
길기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 부문대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제공
"사모펀드(PEF)가 장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화학 업계에 다양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길기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 부문대표는 장기침체 업종은 자금과 기획 역량을 갖춘 사모펀드를 통해 자연스러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구조개편)으로 구조적 불황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길 대표는 19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중화학 업계의 리밸런싱은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라며 "전략적투자자(SI) 대신 자금력이 풍부한 사모펀드를 통해 밸류체인 구조를 만드는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기업, 중견기업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인더스트리 4.0까지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의 스피드를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변화의 속도에는 기업들이 생존의 위기마저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투자나 공격적인 사업 확장보다는 현금확보 등 보수적인 정책이 전반적으로 팽배하고, 매각을 통한 핵심사업 등에 투입할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이에 자금력이 풍부한 국내외 사모펀드를 통한 사업재편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모펀드를 통한 대표적인 기업가치 밸류업 사례로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을 꼽았다. 2009년 골드만삭스PIA가 지오영에 400억원을 투자해 지분 45%를 확보했고, 지오영은 전국 유통망 확보에 성공했다. 청십자약품 인수에 이어 호남지오영, 대전지오영을 설립하면서다.

병원 구매대행업체 케어캠프는 물론 듀켐바이오도 인수했다. 동종업계 2위 기업인 백제약품 지분 25%도 인수했다. 그동안 대주주는 앵커PE→블랙스톤→MBK파트너스 순으로 바뀌었다.

그는 "사모펀드가 인더스트리 테마를 정해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며 "MBK파트너스가 투자한 골프존 카운티도 개별로 살 수 없는 골프장 자산을 소유 또는 임차를 통해 위탁 경영하는 구조다. SI보다는 사모펀드가 포트폴리오로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보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모펀드들이 특화의 길로 들어섰다고 봤다. 길 대표는 "인더스트리는 물론 지배구조(거버넌스) 솔루션 등 전문화된 펀드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주주의 지배력이 낮은 저평가 상장사 투자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사모펀드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확실성의 증대와 시장의 재조정은 한국경제가 한단계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가 되고 있다. 성장통을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연착륙을 통해 재반등할 것인가 아니면 경착륙 고통으로 극복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올해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현재 연착륙보다는 경착륙의 가능성이 높다. 경착륙을 대비하지 아니한 기업은 시장에 의해 강제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인적 및 물적 자원 재배치 등 구조조정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는 크로스보더 딜(국경간 M&A거래)에 대한 확대도 공격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봤다.
원화 가치 절하 문제로 해외 투자자의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 시장에 뉴머니(새로운 자금)의 통로로서 크로스보더 딜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길 대표는 "대기업 및 자금이 풍부한 중견기업들 경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원천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에 대한 M&A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크로스보더 M&A 활성화를 위한 시장의 기회들이 남아있다"며 "2024년 사모펀드들 간의 세컨더리 딜 시장이 기대가격을 낮추지 못해 딜 활성화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반면, 올해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매각을 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