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도부 "경찰에 경고… 명찰 없는 경찰" 의혹
온라인에선 "경찰 사이 '공안' 있었다" 루머 확산
경찰 카페 "조롱 당하듯 폭행… 지도부 책임져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 서부지방법원 난입 사태 이후 경찰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경찰 지휘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현장에 있던 경찰 다수가 폭행 당한 것도 모자라 여당인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동에 경찰도 책임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다. 여기에 온라인에선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 안에 중국 경찰이 있다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다.
경찰청이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기관보고에 따르면 경찰 부상자는 기존 42명에서 51명(중상 7명)으로 늘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전인 18일 법원 일대 시위 등을 막다 34명(중상 3명), 영장 발부 후인 19일 새벽 법원 침입 등을 저지하다 17명(중상 4명)이 다쳤다.
"누워 있어도 눈물"… 지휘부 책임져야
이날 다음 카페 '경찰사랑' 게시판에는 18, 19일 이틀간 서부지법 상황을 묘사한 글이 다수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게시판은 현직 경찰관 신분을 인증해야 글을 올릴 수 있다.
현장 기동대원 A씨는 "경찰 생활을 하며 이런 처참한 현장은 처음"이라며 "누워 있어도 눈물이 나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A씨는 또 "왜 지휘부는 직원들을 '몸빵'으로만 생각하나. 동료가 조롱 당하듯 폭행 당했다"며 "방관한 현장 지휘부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맞고 있는 동료를 지켜보며 '그만하십시오'라는 말만 반복했다. 저 자신이 부끄럽고 눈물이 난다"면서 "현장 경찰관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 지휘부는 자기 인사건 승진 시험이건 미루더라도 그냥 지나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경찰관 B씨는 "저녁부터 새벽 내내 법원 후문 쪽에 쇠 파이프, 막대기 등을 배회하면서 계속 위협적으로 펜스를 치는데 이미 다들 눈이 돌아있었다.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은 예감은 저 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관도 느끼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B씨는 이어 "누가 봐도 후문 쪽은 허술해 보였는데 대비를 거의 안 시켰다"며 "일근 부대까지 철야 근무에 동원해 휴식 시간이 없던 직원들은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된 상태였고 습격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 해 피해가 더 컸다"고 지적했다.
지휘부가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는 요청도 잊지 않았다.
A씨는 "아버지뻘로 보이는 기동대 주임의 옷과 견장은 다 뜯어져 있고 분말을 뒤집어쓰고 콜록 대는 모습을 보니 너무 화가 났다"고 당시를 떠올린 뒤 "서울구치소, 헌법재판소도 다음 타깃이다. 직원들 안 다치게 미리미리 대비하고 삼단봉, 캡사이신 등을 준비해 폭동 전에 기선제압해야 한다. 어제도 몇 명 끌려가니 바로 물러서더라"고 말했다.
경찰은 '공안', 음모론에 불붙인 여당 지도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서 빚은 폭력 사태와 관련해 "무슨 일이 있어도 폭력 만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부지법에서 발생한 난동과 관련해 그 책임을 경찰에게도 돌렸다.
권 원내대표는 "경찰에도 경고한다. 어제 현장은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명찰 없는 경찰이 현장에 다수 나선 모습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는 '음모론'과 맥을 같이 한다. 서부지법 난입 사건이 발생한 직후 온라인에선 시위대 진압에 나선 경찰들 중 형태가 다른 순찰용 야광 조끼를 입었거나 이름표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는 글과 함께 이들을 중국 경찰인 '공안'이라고 특정했다.
권 원내대표의 발언이 나온 뒤 한 경찰 커뮤니티엔 지난 8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라온 '권성동 의원의 의원직 제명에 관한 청원'을 공유하는 글이 게시됐다.
이 청원은 권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강원 강릉에서 권 의원의 '의원직 제명'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닷새 만에 국회 상임이 회부 요건인 5만 명을 넘었다.
이날 현재 동의한 사람은 6만3000여명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경찰에 대한 날선 비판을 더했다.
이날 오전 권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노총 앞에서는 한없이 순한 양이던 경찰이 시민들에게는 '강약약강'(強弱弱強·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함)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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