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지법 폭력 사태에 경찰 부상자 속출
“집단폭행 방관한 지휘부 책임져야” 성토
/사진=SBS 보도화면 캡쳐
[파이낸셜뉴스] 서부지법 폭력 사태 당시 다수의 경찰관들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폭행을 당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비에 소홀했던 경찰 지휘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동료 맞는데도 '그만하십시오'라는 말만.. 부끄러워 눈물"
20일 다음 카페 ‘경찰사랑’ 현직 게시판에는 전날 새벽 서부지법 폭력 사태 현장에 투입됐다는 경찰관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해당 게시판은 현직 경찰관 신분을 인증해야 글을 쓸 수 있다.
기동대원 A씨는 “경찰 생활을 하며 이런 처참한 현장은 처음이었다”며 “누워 있어도 눈물이 나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왜 지휘부는 직원들을 ‘몸빵’으로만 생각하나. 동료가 조롱당하듯 폭행당했다. 방관한 현장 지휘부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A씨는 “맞고 있는 동료를 지켜보며 (시위자에게) ‘그만하십시오’라는 말만 반복했다. 저 자신이 부끄럽고 눈물이 난다”며 “현장 경찰관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 지휘부는 자기 인사나 승진 시험을 미루더라도 그냥 지나가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윤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끝내고 떠난 지난 18일 저녁 8시쯤부터 격앙되기 시작했다. 서부지법을 떠나는 공수처 차량을 막아서고 공격을 가한 것.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 새벽 3시쯤에는 흥분이 극에 달했다. 서부지법 후문을 통해 법원 내부로 난입한 뒤 집기를 부수거나 경찰을 폭행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저녁 내내 쇠파이프 들고 배회하던 시위자.. 대비 못한 경찰
현장에 있었던 또 다른 경찰관 B씨는 “18일 밤 (시위대가) 공수처 차량을 막고 도로 점거하던 시점부터 오늘 근무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저녁부터 새벽 내내 법원 후문 쪽에 쇠 파이프, 막대기 등을 배회하면서 계속 위협적으로 펜스를 치는데 이미 다들 눈이 돌아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은 예감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관도 느끼고 있었다”며 “누가 봐도 후문 쪽은 너무 허술해 보였는데 대비를 거의 안 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일근 부대까지 철야 근무에 동원해 휴식 시간이 없던 직원들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된 상태였다”며 “습격에 기민하게 대처 못 해 피해가 더 컸다”고 지적했다.
A씨는 “동이 다 트고 이격 조치가 완료됐지만 이미 직원의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였다”며 “아버지뻘로 보이는 기동대 주임의 옷과 견장이 다 뜯어져 있고 분말을 뒤집어쓰고 콜록대는 모습을 보니 너무 화가 났다”고 돌이켰다.
이어 “서울구치소, 헌법재판소도 다음 타깃일 것”이라며 “직원들 안 다치게 미리 대비하고 삼단봉, 캡사이신 등을 준비해 폭동 전에 기선제압 해야 한다. 어제도 몇 명 끌려가니 바로 물러서더라”고 전했다.
경찰은 신체 보호복(진압복)을 입고 경찰봉을 갖춘 기동대를 투입하는 등 총 1400여명을 동원해 오전 6시쯤 법원 안팎의 시위대를 대부분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부상자는 기존 42명에서 51명(중상 7명)으로 늘었다. 영장 발부 전인 18일 법원 일대 시위 등을 막다 34명(중상 3명), 영장 발부 후인 19일 새벽 법원 침입 등을 저지하다 17명(중상 4명)이 다쳤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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