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탄핵 등 어려울 때 지지자 결집 효과"
박 전 대통령도 '석방 촉구' 티셔츠에 열쇠고리
트럼프, 머그샷 팔아 60억 정치자금 모으기도
윤석열 대통령 수인번호가 적힌 티셔츠를 걸친 윤 대통령 지지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한 23일 헌법재판소와 가까운 안국역 5번 출구 인근에 한 남성이 물건 하나를 팔고 있었다. 윤 대통령의 수용번호(수인번호)인 ‘0010’에 ‘당신과 함께’라고 새긴 붉은색 티셔츠다. 가격은 3만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 티셔츠를 구매해 어깨에 두르고 다녔다.
태극기와 성조기, 경광봉으로 대표되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 ‘0010’ 티셔츠라는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한 셈이었다.
윤 대통령 전에도 굿즈는 있었다
0010 티셔츠 이전에도 비슷한 굿즈는 있었다.
지난 2017년 태극기집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촉구’ 티셔츠가 판매되기도 했다. 티셔츠 외에도 박 전 대통령 얼굴과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 박근혜’ 등의 문구가 새겨진 열쇠고리, 배지도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사회학과 교수는 “집회는 같은 방향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인데 이때 티셔츠 등 관련 굿즈는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며 "특히 윤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탄핵''구속' 등 위급함이 클 때는 이런 굿즈의 힘이 더 발휘된다"고 설명했다.
굿즈로 기회 삼은 트럼프 미 대통령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트럼프 대통령의 머그샷이 담긴 상품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위기의 순간' 굿즈의 힘을 제대로 활용한 사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에게서 찾을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윤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의 굿즈를 지지자들이 만든 데 반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만들어 판매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미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 2023년 8월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 교도소에 자진 출석해 수신자 기록부용으로 '머그샷'을 촬영했다. 한 시간 뒤 보석으로 풀려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54건의 형사고발이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일은 교도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신의 머그샷 사진을 담은 머그잔 판매였다.
머그잔을 판매하면서 모금 이메일에 "그들이 나에게 한 일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 풀턴 카운티 교도소에서 고문을 당했고 머그샷을 찍었다"며 "전 세계가 볼 수 있도록 머그잔에 '메시지'를 적었다"고도 했다. 메시지는 '결코 항복하지 말라'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보도에서 트럼프의 캠페인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지지자들이 굿즈를 구매하며 내는 돈은 연방법에 따라 정치 기부로 치환됐다. 트럼프 측은 모든 굿즈 판매 수익금이 '미국에 대한 위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미디어 캠페인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지지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동시에 정치 자금을 모으는 효과를 봤다.
실제 머그잔 예약 판매는 24시간 만에 무려 418만 달러(약 60억666만원) 모금에 성공했다. 이후 머그잔은 물론 티셔츠, 범퍼 스티커 등 제품을 다양화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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