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선반에서 ‘타닥타닥’ 소리 났다”
지난달에도 보조 배터리 때문에 회항
보조 배터리 화재 사례, 국내외서 다수 보고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앞두고 안전 확보를 위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이 화재는 지난 28일 오후 10시26분께 김해국제공항 계류장에 있던 홍콩행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기종 A321) 후미 선반에서 발생해 약 1시간 만에 진화됐다. 불이 나자 승객 170명(탑승정비사 1명 포함), 승무원 6명 등 총 176명 전원이 무사히 탈출했고, 이 과정에서 승객 3명과 승무원 4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2025.01.30. yulnet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원인이 휴대용 보조 배터리일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에도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배터리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바 있어 사고 방지를 위해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연합뉴스는 전날 밤 부산 김해에서 홍콩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BX391편에서 발생한 화재는 기내 뒤쪽 선반 짐에서 시작됐다는 탑승객 증언을 보도했다.
해당 항공기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내 수하물을 두는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조금 있다가 연기가 났고, 선반에서 불똥이 떨어졌다"라며 "'타닥타닥' 소리는 보조배터리나 전자기기 그런 게 아닐까 싶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증언에 기반해 기내로 반입돼 오버헤드빈(기내 수하물 보관함)에 보관됐던 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해 12월 12일에도 보조배터리에서 발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를 겪은 바 있다. 당시 부산 김해공항 활주로서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이던 에어부산 BX142편 여객기 내부, 승객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기 보조배터리에서 갑자기 연기가 발생했고 객실 승무원이 기내 소화기로 곧바로 연기를 진압했다.
보조배터리를 들고 있던 승객 1명은 손에 화상을 입었고, 연기가 난 항공기는 활주로에서 방향을 돌려 다시 탑승 게이트로 돌아왔다. 당시 에어부산은 전 승객을 하차시키고 대체편을 투입한 바 있다.
보조배터리에 따른 항공기 화재 사고 사례는 국내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4월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913편의 경우 오버헤드빈에 있던 보조 배터리에서 연기가 나는 화재가 발생했으며, 승무원들이 연기를 바로 꺼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지난해 1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이륙 준비 중이었던 싱가포르행 스쿠트항공 여객기에서 승객의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가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배터리가 터지면서 발생한 불은 좌석에 옮겨 붙었고 비행기 이륙이 지연됐다.
2월에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중국 상하이로 가는 로얄 에어 필리핀 RW602 항공편에서 승객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 해당 항공기가 홍콩으로 긴급 회항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처럼 국내외 항공기에서 배터리 화재 사고 이어지면서 기내 반입 물품에 대한 규정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 메탈 배터리와 리튬 이온 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돼 기내 휴대나 위탁수하물 반입이 기본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탑승객의 사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소량에 한해서는 운송이 허용된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만약 수화물 문제라면 보조배터리 취급에 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며 "사실 기내 휴대의 의미는 그 물건을 손으로 들고 관리하는 상태에서 타라는 뜻이다. 오버 헤드빈에 넣는 것은 기내휴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어부산과 공항공사 차원에서 제대로 홍보가 안 된 것인지, 승객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인지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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