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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속 해마가 일 잘 할수록 더 잘 기억한다

IBS, 해마가 정보처리·기억형성·회상 조율자 역할 밝혀내
정보처리·기억형성 공간 정렬 잘 이뤄질수록 더 잘 기억해

뇌속 해마가 일 잘 할수록 더 잘 기억한다
뇌 해마.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해마가 정보를 얼마나 잘 '정렬' 하느냐에 따라 기억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새로운 정보 처리, 기억 형성 그리고 회상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우리 뇌 속 해마(hippocampus)가 어떻게 통합적으로 조율하는지 알아낸 것이다.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심원목 참여교수(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부교수)와 유승범 참여교수(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조교수) 공동연구진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해마가 기억 형성과 회상에 관여하는 여러 인지 과정을 조율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해마는 마치 도서관 사서처럼, 우리가 영화를 보면서 얻는 다양한 정보들을 정리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등장인물의 이름, 관계, 중요한 사건들을 해마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유튜브 웹드라마를 보여준 후, 자유롭게 줄거리를 회상하게 하면서 뇌 신호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새로운 정보가 적은 장면일수록 참가자들이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새로운 정보를 감지하는 과정과 기억 형성 과정이 연관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fMRI 데이터 분석 결과, 해마는 영화 장면마다 새로운 정보 처리, 기억 형성 그리고 기억 회상 과정을 처리하며 이 일련의 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에 연구진은, 해마의 조율 역할을 중심으로 fMRI 데이터를 분석했다. 해마의 신경 신호를 분석해 각 인지 과정의 핵심 신경 신호 축인 '기억 형성 공간', '기억 회상 공간', 그리고 '새로운 정보 처리 공간'을 추출해 분석했다. 이 공간들은 뇌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신경 신호를 단순화해 특정 기억 과정이나 정보 처리 과정을 설명하는 핵심 신호 축인 '저차원 하위 공간(low-dimensional subspace)'을 의미한다.

그 결과,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공간과 기억 형성 공간은 신경 활동이 특정 축을 따라 조율·정렬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고 있었다. 여기서 '정렬'은 신경 신호 패턴이 서로 유사하게 배치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해마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한 뒤 이를 기억 형성과 통합하는 것을 돕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반면, 기억 회상 공간은 기억 형성 공간과만 정렬 있었고,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공간과는 정렬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또, 새로운 정보 처리 공간과 기억 형성 공간의 정렬이 더 잘 이루어진 참가자일수록 이후 영화 내용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이는 해마가 기억을 형성할 때 신경 신호 패턴이 얼마나 잘 조율·정렬하는지가 기억력을 높이는 중요한 열쇠라는 점을 보여준다.

유승범 교수는 "해마의 개별 인지 과정에서의 역할 뿐만아니라 여러 인지 과정을 조율하는 역할을 규명한 중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심원목 교수는 "자연스러운 경험 속에서 뇌 활성화 패턴을 분석해 기억 형성과 회상 과정을 조율하는 해마의 메커니즘을 밝힌 혁신적 연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