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올트먼, 삼성 등과 손잡아
정치 대립으로 국회·정부는 뒷짐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카카오 기자간담회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공지능(AI) 주도권 쟁탈전이 뜨겁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 등 우방국과의 AI 동맹에 중국은 독자 AI로 맞서는 형국이다. 미중 경쟁이 가열될수록 AI기업의 합종연횡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4일 서울에서 삼성과 SK, 카카오 등 주요 기업인들을 만나 "한국과 AI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의 행보는 공교롭게도 중국의 딥시크 충격과 맞물려 더 주목을 받았다. 중국 스타트업이 80억원의 저비용으로 개발한 AI 모델 '딥시크'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것이 지난주였다.
방한 중에 올트먼 CEO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을 만나 AI 전용 단말기 개발 등에 관한 협력을 타진했다. 이 자리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참석, 한미일 AI 3자 회동이 이뤄졌다. 최태원 SK 회장을 만나서는 오픈AI의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고대역폭메모리(HBM) 수급 등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카카오는 올해 안에 출시하는 AI 서비스 '카나나'에 오픈AI 모델을 적용하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오픈AI와의 협업은 AI 산업의 무한한 연결과 확장성을 보여준다. 소프트웨어와 제조, 협업과 분업으로 팽창하는 AI의 밸류체인을 위해 AI동맹은 필수적이다. 미국은 AI 종주국으로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정부가 AI를 첫 국가 인프라 프로젝트로 전폭 지원하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올트먼 CEO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손정의 회장을 세워놓고 AI용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4년간 최대 5000억달러를 투자,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도자가 앞장서서 미일 양국의 AI 동맹 확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우리의 AI 정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리더십을 상실한 정부는 AI 3대 강국 비전 선포가 무색할 지경이다. 최근 2조원대 민관 합작 AI컴퓨팅 센터 구축 등 몇 가지 후속대책을 내놓았지만 맥이 빠졌다. 국가AI위원회는 제 역할도 못한 채 위원장(윤석열 대통령) 부재 상황이다.
이런 국정공백 속에 올트먼은 방한 중에 최상목 권한대행 등 국정책임자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전날 일본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만나 자국 AI기업과 인프라 투자 협력을 약속한 장면과 대비돼 씁쓸할 따름이다. 세계에서 평가하는 한국의 AI 기술력은 세계 6위라지만 글로벌 AI 100대 기업에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다.
AI는 반도체와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기술과 연결되고 확장된다. 미래 신산업이자 일자리 창출원이다. 우리의 경쟁력인 우수한 인력자원, 정보기술(IT)과 제조 인프라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올트먼이 한국의 AI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점도 이것 때문이다. 이런 생태계를 AI로 확장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AI는 민간 주도로 뻗어가야 한다. 안정적 전력망 구축과 같은 인프라, 풍부한 AI 인재 육성 등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극한대립의 정치와 리더십을 잃은 정부, 두 개 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 국가기간전력망법 등 관련 법 하나 처리하는 데 이렇게 오랜 갈등을 겪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 공직자들도 계속되는 국회의 발목 잡기에 무력감마저 들 것이다. 앞서가는 경쟁국에 비하면 우리의 AI 경쟁력은 제자리걸음도 아닌 뒷걸음질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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