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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찬반' 뜨거웠던 광주… 금남로지하상가로 갈리고 통했다

경찰 바리케이드로 막힌 길… 지하상가로 연결
尹 지지 쪽 "대통령 석방·부정선거 검증" 등 주장
반대 쪽에선 "극우세력 물러가라" 탄핵찬성 집회

'탄핵찬반' 뜨거웠던 광주… 금남로지하상가로 갈리고 통했다
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경찰버스로 만든 차벽을 사이에 두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왼쪽), 반대(오른쪽)하는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광주=서윤경 기자] 광주 동구 금남로는 5·18민주화운동의 사적지라는 의미를 지닌 거리다. 도로 아래 360m 지하공간엔 금남지하도상가가 조성돼 있다. 이 지하상가엔 '문화전당', '금남로4가' 등 두개 지하철역과 연결돼 있는 데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 전일빌딩 등과도 인접한 곳이다.

금남로 일대에서 15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집회 현장은 경찰이 양쪽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차벽과 바리케이드로 막았다. 행사장 주변으로 경찰이 배치된 덕에 양쪽 참가자들이 험한 말을 주고받기는 했지만, 불미스러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갈라진 양쪽을 연결해 준 건 금남지하도상가였다. 도로를 가른 바리케이드 앞에서 경찰은 지하도를 이용하라고 안내했다.

금남지하도상가 3번·20번 출구

이날 집회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탄핵반대 쪽부터 열렸다.

보수성향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개최한 국가비상기도회에 전국 각지에서 광주를 찾은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들고 금남로 거리를 메웠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예상대로 1만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참석자들은 '대통령을 석방하라'거나 '부정선거 검증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연단에 오른 발언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구호를 함께 외쳤다.

기도회라고는 했지만, 주로 윤 대통령의 탄핵 반대와 야당을 규탄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는 "광주 시민 여러분이 이 나라를 살려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광주와 호남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광주 시민들이 이 대표를 꾸짖고 손절해 달라"고 했다.

예배 형식의 집회가 끝난 뒤엔 보수 진영 스피커로 떠오른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씨, 보수 유튜버 그라운드씨 등이 무대에 올라 발언했다.

탄핵찬성 집회 쪽으로 가기 위해 금남지하도상가 3번 출구로 들어갔다. 그 곳에서 광주 토박이라는 60대 여성을 만났다. 익명을 요청한 그는 "광주 분위기도 예전과 다르다. 이재명에 대한 감정은 7대 3으로 갈리는 데 그 중 안 좋은 감정이 7"이라며 세이브코리아 참석 이유를 설명한 뒤 "집에 가려면 탄핵 찬성 쪽으로 가야 해서 지하상가로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전일빌딩 방향으로 지하상가 길을 함께 걸었다. 고작 200여보를 걸으니 4번 출구 표지판이 보였다.

금남지하도상가 4번·19번 출구

4번 출구나 길 건너편 19번 출구 쪽으로 나오니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이 5·18 민주광장에서 제14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개최하는 집회 현장을 만날 수 있었다. 본 대회가 열리기 전인 오후 4시 30분 현재 주최 측은 2만여명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광주비상행동은 보수성향 단체가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인 금남로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국가비상기도회를 열자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맞불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 개최 전 광주비상행동은 ‘광주시민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내란 선동 세력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성지인 금남로에서 집회를 열었다. 금남로를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80년 오월 광주의 마지막 날은 도청을 사수하던 이들의 죽음이었지만, 그 죽음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살찌우는 자양분으로 부활했다”며 “오늘 금남로가 견뎌내는 시간은 내란 선동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보완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쪽이 전국에서 대형버스를 대절해 광주로 집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탄핵을 찬성하는 쪽에서도 집회 이틀 전인 지난 13일 광주행 버스를 기획했다.

엑스(옛 트위터) 등에 공지된 뒤 하루 만에 100여 명의 신청자가 광주행 버스를 신청했다. 버스는 서울역과 사당역에서 총 3대 출발했다.

광주시민총궐기대회는 풍물단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자유발언, 공연, 현장 인터뷰 등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극우세력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역사 유튜버인 황현필 역사바로잡기연구회 소장도 무대에 올라 발언에 나섰다.

직장인 김유진씨(44)는 "평생 광주에서 살았다. '민주화의 성지'에서 나고 자라며 자랑스러움을 느꼈는데 극우 세력이 온다는 데 분노를 느껴 현장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도 현장을 찾았다. 신 의원은 "어제 밤 광주에 왔다. 민주성지인 광주에 탄핵 찬성 집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왔다"고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