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서부지법서 폭행 당한 경찰, 실명 위기?"… 부상 경찰들 현업 복귀 [팩트, 첵첵첵]

[서부지법 난동 당시 부상 경찰 팩트체크]
정성호 의원실 "당시 경찰 56명 부상… 11명은 전치 3주 이상"
경찰 "병가 낸 한 명 외 전원 현업 복귀… 심리치료는 못 해"

"서부지법서 폭행 당한 경찰, 실명 위기?"… 부상 경찰들 현업 복귀 [팩트, 첵첵첵]
지난달 19일 서울 서부지법 폭동 당시 부상 당한 경찰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파이낸셜뉴스]
레거시 미디어부터 유튜브·SNS까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다양해졌습니다. 덩달아 가짜뉴스와 허위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팩트, 첵첵첵]은 뼛속까지 팩티즘을 추구합니다. 논란이 된 뉴스나 소문의 진위를 취재하고, 팩트를 확인합니다. "이 뉴스, 진짜인가요?" 구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제보 바랍니다. <편집자주>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은 경찰청에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서부지법 폭동 당시 가담자들의 법원 침입을 막다 다친 경찰관은 56명이고 그 중 11명은 전치 3주 이상의 부상을 당했다고 했다.

구체적인 부상 내역은 투척물에 맞아 뇌진탕, 유리병에 맞아 머리에 열상, 시위자에게 밀려 넘어져 무릎 인대 파손, 자동차 바퀴에 왼쪽 발이 깔려 골절 등이 있었다. 이 밖에 눈 아래, 이마, 손가락, 무릎 등이 찢어지거나 손가락 등이 부러진 경찰도 다수 있었다.

경찰 버스, 방송조명차량, 근무복 등 경찰 장비 532개도 파손됐다.

① 실명 위기 경찰은 있나?

'1·19 서부지법 난동'이 발생하고 온라인에는 경찰 피해자 가족이라는 사람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난입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다가 다친 경찰 중 한 명이 자신의 동생이라고 했다.

해당 글에는 "제 동생이 그날 폭도가 던진 벽돌에 맞아 머리 두피가 찢어지고 왼쪽 눈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실명 위기에 있다"며 "여러 사람이 물리적 공격을 행사했다. 당시 영상을 찾아 수 천 번 돌려보다가 특정 가해자를 찾게 됐다"고 썼다.

이어 "동생은 서울경찰청 본대 소속이다. 헬멧도 쓰지 않고 보호구도 없는 경찰에 벽돌을 던지니 제대로 맞았으면 즉사였을 것"이라며 "심지어 특정 가해자는 벽돌을 던진 후 카메라를 보며 웃는 여유까지 보여 (우리는)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글에서 지목한 경찰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 후 온라인과 언론에 노출된 사진 속 인물이다. 얼굴 위로 피를 흘린 채 동료의 부축을 받은 경찰은 오른쪽 눈을 질끈 감은 상태다. 고통을 버티려는 듯 미간은 잔뜩 찌푸리고 있다.

글을 본 사람들은 경찰의 건강을 걱정하는 댓글을 올렸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제기된 실명 위기에 처한 경찰은 없었다.

서울경찰청 신종묵 경비과장은 "부상당한 경찰들 중 한 명을 빼고 모두 치료가 완료돼 원대 복귀했다"며 "단 한 명만 현재 병가 중인데 온라인에 올라온 사진 속 경찰은 아니며 실명이 우려되는 경찰도 없다"고 말했다.

② 심리 치료는 방치 상태

경찰의 설명대로 서부지법 난동으로 부상을 입은 경찰들 대부분은 현업에 복귀했지만, 심리적 치유까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심리학회지가 2013년 발표한 연구에도 경찰관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발병률은 일반인의 4배에 달한다고 했다.

실제 서부지법 폭동 이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찰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기동대 소속으로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은 "시위대가 기자 등에게 폭언하며 죽일 듯한 기세로 행동해 여러 차례 분리 조치하는 데 이들의 행동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시위대가 소화기를 난사한 뒤 아버지뻘 되는 경찰관이 모자와 옷깃, 견장이 뜯긴 채 분말을 뒤집어쓰고 콜록대던 모습 등을 떠올리는 경찰도 있었다.


여익환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과격하고 폭력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트라우마에 노출돼 있는 경찰관들을 위한 제도가 있긴 하지만, 좀 더 고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경찰은 트라우마 해소를 위해 심리상담 등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쉴 시간도 없는 상황에서 트라우마 치료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워낙 사안이 시급하다 보니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 인력을 다른 근무지로 바꾼 다거나 하는 조치는 취하지 못했다"며 "계속 현장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