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온라인 사기 작업장에 감금됐다가 구출된 외국인들이 23일 미얀마 동부 미야와디에 마련된 건물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비위생적인 건물에 500여 명이 머무는 탓에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얀마, 캄보디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계 사기조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10대 소년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필리핀서 입지 좁아진 중국계 범죄조직, 납치 행각
27일(현지시간) AP·AFP 통신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입지가 크게 좁아진 중국계 범죄조직이 같은 중국인을 겨냥한 납치 행각을 저질렀다.
후아니토 빅터 레물라 필리핀 내무부은 이날 "최근 납치돼 손가락 일부가 잘린 중국인 10대 소년이 지난 25일 밤 마닐라 시내에서 구조됐다"고 밝혔다.
이 소년은 지난 20일 마닐라 국제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기 위해 운전사가 모는 차에 탔다가 실종됐다. 운전사는 마닐라 인근에 방치된 다른 차량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이후 납치범들은 소년의 가족에 처음 2000만 달러(약 289억원)의 몸값을 요구했다가 100만 달러(약 14억원)로 낮췄다.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 소년의 새끼손가락 일부를 자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소년의 부모에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납치범들의 휴대전화 신호를 추적한 경찰이 이들이 탄 차량에 접근하자 소년을 마닐라 길거리에 버려두고 달아났다.
레물라 장관은 "납치범들의 두목과 피해자 가족은 필리핀 정부에 의해 폐쇄된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 운영자였다"고 밝혔다.
필리핀역외게임사업자(POGO)로 불리는 필리핀 내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은 한때 번성했지만, 온라인 사기·인신매매 등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지난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모든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을 연말까지 폐쇄하도록 지시했으며 이에 따라 수많은 업장이 문을 닫았다.
이들 업장의 폐쇄로 조직원의 일부가 납치 등 다른 범죄로 갈아탔다. 올해 들어서만 필리핀 거주 중국인과 관련된 다른 납치 사건이 최소 2건 있다고 AFP는 전했다.
지난 15일엔 한국 교민도 납치됐다 경찰에 구출
지난 15일 필리핀 클락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A씨가 납치됐다가 같은 날 오전 경찰에 의해 구출됐다. A씨는 9일 새벽 자택에 머물던 중 필리핀 국가수사청·이민청 직원을 사칭한 10여명의 괴한에게 납치됐다.
이후 용의자들은 가족들에게 수 차례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PAOCC는 마닐라 인근 파사이시의 한 건물에서 비밀 영업하던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을 단속, 현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401명을 체포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중 한국인이 24명이었으며 중국인 207명, 베트남인 132명, 인도네시아인 14명, 미얀마인 12명, 말레이시아인 11명과 필리핀인 52명 등이 붙잡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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