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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없냐?" 젤렌스키 옷차림 조롱한 기자..'하이힐 신은 트럼프' 애인이었다

"정장없냐?" 젤렌스키 옷차림 조롱한 기자..'하이힐 신은 트럼프' 애인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논의를 위해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고성이 오간 끝에 결렬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장’을 갖춰 입지 않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옷차림이 회담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느냐” 복장을 지적했던 기자가 ‘하이힐 신은 트럼프’라고 불리는 공화당 하원의원 마저리 테일러 그린의 남자친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인디펜던트 등 영국매체는 “백악관에서 젤렌스키에게 정장을 입지 않았다고 조롱한 기자는 보수성향 방송인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56)"이라고 보도했다.

2020년에 설립된 리얼아메리카보이스는 트럼프 1기 당시 백악관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의 방송을 진행하는 등 강성 친(親)트럼프 성향의 보수 매체다. 글렌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기자 중 한 명으로 꼽히며, 그린 의원과는 수년간 공개적으로 연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린 의원 역시 공화당 내에서도 극우성향이 짙은 친(親)트럼프 정치인이다. 그는 과거 플로리다 고등학교에서 발생했던 총기 난사 사건을 두고 민주당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거나, 2001년 9·11테러가 조작됐다는 음모론을 펼치는 등 기행을 일삼다 하원 상임위원회에서 쫓겨났다. '하이힐 신은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글렌은 지난 28일 정상회담 당시 검정색 라운드 티셔츠를 입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정장을 입지 않았나? 당신은 이 나라의 최고위급 사무실에 있으면서 정장을 입기를 거부했다. 정장이 있기는 하냐”라고 조롱하는 듯한 투로 질문했다.

이에 젤렌스키는 “전쟁이 끝나면 정장을 입겠다. 아마 당신과 같은 것이나 더 좋은 것, 혹은 더 저렴한 것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줄곧 어두운 카키색의 군복 스타일의 복장을 고수해왔지만, 이날은 우크라이나의 상징인 삼지창이 가슴에 새겨진 검정 긴팔 셔츠에 검정색 바지를 입었다. 평소보다는 다소 격식을 차린 듯한 옷차림이었다.

"정장없냐?" 젤렌스키 옷차림 조롱한 기자..'하이힐 신은 트럼프' 애인이었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과 브라이언 글렌 기자. 연합뉴스


글렌은 자신의SNS를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의 복장이 “우리나라와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 시민에 대한 내면의 무례함을 보여준다”라고도 주장했다.

그린 의원도 남자친구의 질문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젤렌스키가 우리 대통령에게 돈을 구걸하러 올 때조차 정장을 입지 않을 정도로 무례했다고 지적한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트럼프 역시 젤렌스키와 회담을 앞두고 복장을 지적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입구에서 젤렌스키를 맞이하면서 “정말 잘 차려입었다(you’re all dressed up)”는 말을 비꼬듯 반복했다고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