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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값 1800만원 비싸진다"..트럼프, 자동차 25% 관세 진짜 적용

"차값 1800만원 비싸진다"..트럼프, 자동차 25% 관세 진짜 적용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이웃 국가이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 부과를 시행했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예정대로 4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자동차 공장 등을 지으면 관세가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2일부터 각국에 적용하기로 한 상호관세도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했다.

이에 경제분석업체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멕시코와 캐나다에 예고한 관세가 시행될 경우 SUV 가격이 9000달러(약 1300만원) 오르고, 전기차의 경우 최대 1만2200달러(약 1800만원)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관세 부과로 이미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닛산과 스텔란티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닛산은 작년에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약 100만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3분의 1이 멕시코 공장에서 조립됐다.

스텔란티스의 경우 램픽업 트럭의 약 3분의 1이 멕시코 살티요 공장에서 조립되고, 지프 모델 2종은 멕시코 톨루카 공장에서 생산된다.

트럼프의 관세 부가는 시보레 실보라도 픽업트럭과 포드 브롱코 스포츠 SUV 같은 인기 모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포드의 대다수 모델에 사용하는 부품 4분의 1 이상은 멕시코 공장과 공급업체에 의존한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멕시코산 자동차 23만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미국 판매량의 약 60%에 해당한다.

이에 자동차 업계는 생산 공장을 미국내로 옮기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혼다는 준중형 세단 ‘시빅’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지를 멕시코 과나후아토에서 미국 인디애나주로 변경하기로 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멕시코 실라오 공장에서 생산하던 ‘실버라도’ ‘시에라’ 등 픽업트럭을 인디애나주 포트웨인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1월 50억 달러(약 7조 3000억원)를 투자해 디트로이트에 공장을 짓고, SUV ‘듀랑고’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던 현대자동차그룹은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기아는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연간 4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이곳에서 약 25만대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준중형 세단 K4 12만대가량을 미국에 수출했다.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트랜시스도 인근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현대차·기아 북미 생산 공장에 납품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관세 부과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가장 먼저 꼽는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엘라배마와 조지아에 공장을 운영 중인데, 연간 생산능력은 각각 36만대로 총 70만대에 달한다. 여기에 조지아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생산능력을 50만대로 끌어올려 120만대의 현지 생산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171만대다.
현지 생산량을 극대화해도 수요를 모두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일부의 이익률을 낮추거나 가격을 올려야 한다. 경기침체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 가격 인상은 판매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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