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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이기는 기억 주고 싶었다" 美 마켓 향한 한국 어머니의 외침

마켓 진열대에서 발견한 日 전범기 이미지 벽화
한인 커뮤니티 글 "아이들, 변화 경험하길 원했다"
지역 한인 학생들과 '벽화 철수' 요청 진정서 마련

"아이들에게 이기는 기억 주고 싶었다" 美 마켓 향한 한국 어머니의 외침
미국의 대형 마켓인 킹수퍼스에 일본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벽화가 있다며 철수를 요청하는 진정서에 올라온 사진. /사진=체인지 캡처

[파이낸셜뉴스] 자신을 '웬 아줌마'라 소개한 A씨가 최근 온라인을 통해 작지만 큰 움직임에 나섰다.

A씨는 미국 한인 교포들을 위한 커뮤니티 사이트인 미씨USA에 5일(현지시간) "얼마전 동네에 새로 생긴 마켓에서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벽화가 있다는 글을 올린 아짐(아줌마)"이라며 이후 진행된 이야기를 전했다.

A씨는 "일단 크로거 측에 항의 이메일을 서너차례 보냈다. 물론 정중하게 뭉개는 답변이 왔다"며 "'왠 아줌마' 한 명이 달랑 그런 메일 보내면 나라도 그럴 거 같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크로거(Kroger)는 미국에서 월마트, 코스트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유통업체다. 전범기 벽화를 발견한 킹수퍼스(King Soopers) 마켓은 크로거 계열사로 미국 내 유통업계에선 영향력이 크다.

A씨는 "동네에 있는 대학의 한인 학생회에 연락을 했는데 처음에는 젊은 샤람들이라 이런 문제에 관심 없을 거라는 걱정이 있었다"는 자기 고백을 담았다.

그리고 자신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도 전했다.

A씨는 "그냥 장사하는 아줌마라 귀담아들을까 걱정하며 이메일을 보냈는데, 고맙게도 학생들이 함께 하기로 했다"며 "일단 진정서부터 내기로 하고 몇 차례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학생의 말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떠올렸다.

학생이 A씨에게 건넨 말은 "미국에서도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어 뿌듯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A씨는 "(학생의 말을 듣는) 순간 혼자 다짐을 해 버렸다"면서 "이 아이들에게 꼭! 이기는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싶다"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다짐을 공유했다.

경험에 대한 정의도 내렸다.

그는 "미국이든 어디든, 소수에 속한다 해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서 울림을 만들고 답을 받아 변화를 이뤄내는 경험"이라며 "나중에 학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든, 미국이나 다른 어느 나라를 가든 주눅들지 않고 어깨를 쫙 펼 수 있는 힘의 기억을 주고 싶어졌다"고 썼다.

이어 "우리 아이들이 (소소한) 이기는 기억들로 단단해져 반드시 우뚝 서기를 바라면서 지원사격 부탁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아이들에게 이기는 기억 주고 싶었다" 美 마켓 향한 한국 어머니의 외침
미국의 대형 마켓인 킹수퍼스에 일본 전범기를 연상시키는 벽화가 있다며 철수를 요청하는 진정서에 올라온 사진. /사진=체인지 캠처

A씨가 학생들과 만든 진정서를 볼 수 있는 링크도 알렸다. 이 진정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청원 플랫폼인 체인지에 올려져 있다. 킹수퍼스 매니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해당 링크로 가면 '마을에 전범기가 없어야 합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큼지막한 사진이 화면 메인에 걸렸다. 전범기와 일본군 위안부였던 한국 여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독일 전범기인 하켄크로이츠 깃발과 수용소에 있는 유태인 사진과 동일하다는 걸 알리는 사진이다.

킹수퍼스에서 발견한 '문제적' 벽화와 2차 세계대전 속 전범기 사진도 공유했다.

진정서는 "(전범기) 패턴은 떠오르는 태양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끔찍한 전쟁, 인권 침해, 인종 차별, 파시즘의 상징"이라며 "아시아에서 이 깃발은 서방 국가의 나치 상징과 같은 의미다. 우리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에 그런 상징을 전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와 진정서 페이지엔 호응과 응원의 댓글이 달렸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이겨 봐야 앞으로도 이긴다"거나 "킹수퍼스가 정의의 편에서 우리의 우려를 경청하기 바란다"는 글이 올라왔다.

특히 한 네티즌은 "이 깃발은 일본 가미카제 항공기가 진주만을 공격해 미국인 2403명을 죽였을 때 내걸었던 깃발"이라며 미국인들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