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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사상 첫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美제철소 설립 가속화되나

삼중고 철강업계..현대제철은 노조 리스크까지 비상경영체제 돌입..희망퇴직, 임원 급여 삭감 노사 강대강 대치에 노조압박 카드란 분석도

[파이낸셜뉴스]
현대제철 사상 첫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美제철소 설립 가속화되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뉴스1

현대제철 실적 추이
2022년 2023년 2024년
매출 27조3406억원 25조9148억원 23조2261억원
영업이익 1조6165억원 7983억원 3144억원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

국내 2위 철강기업인 현대제철이 사상 처음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에 들어갈 전망이다. 저가 수입산 철강재 유입, 건설 경기 악화, 미국의 관세부과 등으로 철강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대제철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이같이 밝혔다. 포스코그룹 역시 지난 2022년 7월부터 그룹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으나 현대제철의 경우 전례 없던 전 직원 희망퇴직까지 실시한다고 밝힌 것이다.

다른 철강회사와 달리 현대제철은 노사갈등까지 더해지면서 다른 철강회사 보다 더 위기감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달 말 모기업인 현대차 그룹은 미국 현지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제철소 설립 계획도 함께 밝힐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강성노조에 대한 부담도 이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사 강대강 대치에 '최후의 카드'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국내 건설경기 악화에 따라 최근 포항 2공장 가동을 축소하고 포항공장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당진제철소 및 인천공장 전환배치도 신청 받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고연차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은 진행한 바 있으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또 현대제철은 전 임원들의 급여를 20% 삭감하기로 결정했으며, 해외 출장 최소화 등의 비용 절감 방안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저가 철강재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어, 후판과 열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도 진행 중이다. 12일부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철강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해 국내 철강사들의 수출 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노조와의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파업이 이어졌고 사측은 사상 처음으로 부분 직장폐쇄로 맞서는 등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사측이 직장폐쇄에 이어 전 직원 희망퇴직이라는 강경카드를 꺼내자 업계에서는 현대제철 경영진이 더이상 노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희망퇴직과 함께 전체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겠다고 밝힌 것도 사측에서 '우리도 할 만큼 했다'는 명분 쌓기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 노조의 경우 과거에도 워낙 강성으로 여겨져 왔지만 지금은 워낙 엄중한 시기이기도 하고 사측에서도 더이상은 끌려다니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 같다"며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나선 것은 관세 탓도 있겠지만 강성 노조에 대한 부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말 美제철소 설립 밝힐 듯
노사 극한 대립이 현대제철의 생산기지 이전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현재 현대차, 기아 완성차 공장 인근에 있는 텍사스, 루이지애나, 조지아주 등에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센티브와 관련해서도 현지 주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달 말로 예정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생산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모기업인 현대차그룹이 대대적인 현지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제철소 설립에 대해서도 밝힐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게 되면 국내 생산기지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당장 공장이 폐쇄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차츰 시설 보수를 덜하는 식으로 해서 국내 생산 비중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는 2022년 7월부터 그룹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에 지난해에는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지난해 4월에는 임원 급여를 자진반납하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철강 공급과잉 지속 여파에 따라 지난해 7월에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 11월에는 1선재공장을 잇달아 폐쇄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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