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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아이들은 콜라 들고뛰고, 어른은 차량에 과일 실어 달려갔다 [영상]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 이어지면서 소방관 피로도 극심
소방관과 가족·지인 SNS에 올린 소식 "사흘째 잠도 못 잔다"
각자의 방식으로 수고에 감사 표현하고 응원 메시지도 올려

"힘내세요" 아이들은 콜라 들고뛰고, 어른은 차량에 과일 실어 달려갔다 [영상]
의성 산불을 진화하는 소방대원들에게 전달한 사과와 바나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파이낸셜뉴스] "과일이 필요하다는 글을 보고 급하게 바나나와 사과를 싣고 의성으로 갔다. 의성에 들어가자 매캐한 냄새가 났다. '잘 전달 드릴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소방대원분들에게 전달드렸고 현장에서 바로 바나나를 드셨다."

지난 25일 온라인커뮤니티에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블로그에서 이재민과 소방대원을 위한 지원물품을 요청하는 글을 본 뒤 달려갔다"며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온라인에선 엿새째 산불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 등의 수고와 노력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은 현재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으로 번지며 역대 최악의 산불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탈진에 사흘째 잠 못 자고

"힘내세요" 아이들은 콜라 들고뛰고, 어른은 차량에 과일 실어 달려갔다 [영상]
/사진=스레드 캡처

소방대원, 산림청 진화대원, 국립공원 직원 등은 산불 진화 현장을 온라인에 알리고 있다면, 이들의 가족들은 안전을 걱정하며 격려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한 소방대원은 메타의 텍스트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레드’에 두 장의 사진을 올리면서 "너무 힘들다. 어떻게 24시간을 버티지"라며 "동료 반장님과 거의 탈진상태"라는 글을 올렸다. 사진 속 소방대원은 그을리고 땀이 찬 소방복을 제대로 벗지도 못한 채 바닥에 누워 있다. 이 사진과 짧은 글은 소방대원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글에 산림청 진화대원도 현장 이야기로 공감했다.

진화대원은 "산청산불 5일차. 내일은 진화율 100%를 기원한다"면서 "인력손실은 그렇다고 해도 막대한 자연에 대한 복구가 눈물이 앞을 가린다. 50년이 지나, 100년이 지나, 원상복구를 하기에는 엄청난 손실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명감을 가지고 내일도 최선을 다해보자. 산불현장에 투입된 종사자들 안전하고 다치지말고 꼭 인명피해가 없기를 조금만 더 힘내 보자"는 다짐도 적었다.

해당 사진과 글은 온라인에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네티즌들은 "마치 지옥에 들어가 목숨을 걸고 화마와 싸우시는 듯 하다. 국민을 지켜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존경한다", "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서 맛있는 식사하실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등 응원의 글과 함께 "난 왜 이리 미안한 건지 모르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소방관의 지인이나 가족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현장에서 불길을 잡는 소방대원들의 안전을 우려했다.

"남동생이 소방관인데 지금 3일째 잠도 못 자 탈진상태라고 한다. 안동에서 소방관 몇 명이 병원에 실려 갔다고 한다"는 소식을 공유하는가 하면, "지인 아버지가 청송지역 소방관이시다. 주말 내내 근무 후 비번인데도 비상으로 투입될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소방차에도 불붙을 만큼 심각하다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작은 응원이지만…

"힘내세요" 아이들은 콜라 들고뛰고, 어른은 차량에 과일 실어 달려갔다 [영상]
/사진=스레드 캡처

앞서 바나나와 사과를 전달하려고 의성을 찾은 작성자는 한 블로그 글을 본 게 결심의 계기가 됐다. 해당 블로그에는 진화에 투입된 인원은 산불 현장에서 컵라면을 먹기 불편한 만큼 식사를 대신할 과자나 바나나가 좋다는 설명을 붙였다.

글 작성자는 블로그 글을 참고해 차량에 바나나와 사과를 싣고 대구에서 출발해 의성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많은 양은 아니지만, 저희가 드릴 수 있는 도움이 과일 뿐"이라며 "너무나 힘든 시기 힘써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와 함께 소방대원에게 전달했다.

이어 "의성 산불 현장엔 도움이 필요하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은 ‘의성종합운동장 주차장‘으로 가면 소방대원분들께 전달드릴 수 있다"는 정보도 공유했다.

소방대원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건 연령을 가리지 않았다. 스레드엔 두 명의 초등학생 모습을 부모가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엔 각각 검정색 봉투를 들고 멀찍히 서 있는 소방차를 향해 걸어가는 아이들 모습이 보인다. 소방차에 다가간 두 아이는 소방대원으로 보이는 사람과 한참을 이야기한 뒤 봉투를 내밀고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그리고 쑥스러운지 방향을 돌려 왔던 길로 내달린다.

영상을 올린 사람은 "소방관 아저씨를 본 아이들이 맛있는 미나리를 드리고 싶다고 한 뒤 '저희들이 다녀온다'고 했다"면서 "소방관 아저씨 보고 고생하셨다고 이야기한 꼬맹이들"이라는 글을 남겼다.

산불 현장 상황도 알렸다. "대구 달성군 산불은 다행히 큰 불로 커지지 않고 초기에 진화됐다"면서 "바람이 많이 불지만, 정상에서 멈췄다"고 적었다.

"힘내세요" 아이들은 콜라 들고뛰고, 어른은 차량에 과일 실어 달려갔다 [영상]
영상=스레드

경북 의성군 의성종합운동장 인근 카페 비야는 산불 진화대원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카페 사장 윤세리씨는 "진화대원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게 이것뿐이어서 죄송할 따름"이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연합뉴스에 커피를 무료로 나누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강원도소방본부 소속인 한 소방관은 "우연히 커피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안내문을 보고 찾아왔는데 너무 큰 힘이 된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