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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개론서에 실릴 '명문'"… 尹탄핵 결정문, 필사에 티셔츠 제작까지

탄핵 선고요지 담긴 셔츠… 수익금 전액 산불 피해 기부
SNS에 선고요지 필사 인증… 탄핵국면엔 헌법 필사도

"법학개론서에 실릴 '명문'"… 尹탄핵 결정문, 필사에 티셔츠 제작까지
헌법 탄핵결정문 선고요지가 프린트된 티셔츠. /사진=SNS 캡처

[파이낸셜뉴스] 지난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인용 결정문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선고요지를 프린팅 한 티셔츠를 내세워 펀딩 이벤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헌재 결정문을 필사(筆寫)해 인증 사진을 올리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요지를 두고 법학자와 정치권에선 계엄부터 탄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쉽고 간결한 언어로 작성했다는 등 '명문'이었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숙고 끝에 나온 '명문'

대한법학교수회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헌재의 판단은 선택과 집중이 명확하게 표명됐다"며 "장기간의 평의와 숙고를 통해 그 결정문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쉽고 유연한 논리로 무리함이 없이 작성함으로써 모든 권력의 원천이 되는 주권자 국민을 존중한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라고 밝혔다.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도 "직무수행상 중대한 법 위배를 구성해 탄핵사유를 충족한다고 명쾌하게 선언했다"며 "헌법수호 의무는 물론 국민 신임을 배반했음을 인정해 파면을 충분히 정당화함을 논증했다"는 논평을 내놨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마디 마디, 조목 조목 짚었다. 헌재 재판관들의 노고와 수준에 경의를 표한다"고 극찬을 쏟아냈는가 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임재성 변호사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법률 문서에서 '저항'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긍정적인 문장으로 만나다니"라고 감탄했다.

유시민 작가도 같은 날 오후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오늘 (헌재의) 발표문은 보통사람의 언어로 쓰여있었다"며 "헌재의 진일보한 면모"라고 평가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역시 "법학개론서에 실릴 만한 '명문'이다. 헌법재판관들이 고심한 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되새겨보는 명문 선고요지
"법학개론서에 실릴 '명문'"… 尹탄핵 결정문, 필사에 티셔츠 제작까지
SNS에 올라온 '탄핵 결정문 필사' 인증 사진./사진=SNS 캡처

다양한 사회적 부조리를 패션으로 승화시킨다는 콘셉트의 패션 브랜드 '앱솔루션024'는 SNS를 통해 '탄핵 판결문 티셔츠 - 인용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이벤트는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내린 직후 시작돼 지난 6일 마감했다.

앱솔루션024는 X(옛 트위터) 계정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문에 감명을 받고 전문을 담은 티셔츠를 계획했다"라며 "최소 두께 맞춰 넣으니 로제타스톤 같아 멋지다"라고 설명했다.

로제타스톤은 이집트의 도시 라쉬드(로제타)에서 발견된 비석으로, 고전 이집트어 해독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발굴품이다.

해당 티셔츠는 일회성 펀딩을 진행해 거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전액 산불 피해에 기부할 계획이다. 기성 제품에 프린팅하는 방식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직접 패턴과 실루엣을 설계했다는 게 앱솔루션024의 설명이다.

해당 이벤트가 올라온 뒤 500명 넘는 네티즌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법학개론서에 실릴 '명문'"… 尹탄핵 결정문, 필사에 티셔츠 제작까지
온라인 중고서점 알라딘(왼쪽)과 모바일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에서 전자책으로 배포된 '대통령 탄핵 결정문'. /사진=각사 홈페이지

SNS엔 탄핵 결정문의 선고요지를 필사한 사진과 함께 "피청구인의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 법률을 위반했는지, 그 사유가 파면 할 만큼 중대한지 알아보는 소추 사유 필사"라거나 "필사 처음부터 끝까지 탄핵의 이유"라는 감정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선고요지를 필사했으니 요지로 만족해야 하나"라며 결정문 전문 필사를 고민하기도 했다.

앞서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엔 헌법 필사 열풍이 불기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헌법 77조 계엄 선포 요건으로 명시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라고 판단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고 거대 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하는 등 이례적인 일이 이어지자 “헌법 조항을 뜯어보자"며 사람들은 필사에 나섰다.

온라인 중고서점 알라딘과 모바일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에선 전자책으로 배포된 '대통령 탄핵 결정문'이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7일 현재 알라딘과 리디북스에서 각각 '주간 베스트셀러', '지금 많이 읽고 있는 작품'에 올라 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