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나이에 따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내년 말까지 대체 입법 필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국가유공자법의 '연장자 우선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합리적 기준이 아니며,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참전유공자의 자녀 A씨가 제기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제13조 제2항 제3호 중 '나이가 많은 자녀 1명을 우선하는 부분'에 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이 헌법을 위반했지만, 즉각 무효화할 때 혼란을 피하고자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해당 법률 조항은 개정 시한인 2026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이 유지된다.
재판부는 "연장자 우선조항이 국가유공자의 자녀 중 나이가 많은 자를 선순위 수급관자로 정하는 것은 국가유공자법의 각종 보상이 가지는 사회보장적 성격에 부합하지 않고, 나이가 많다는 우연한 사정을 기준으로 보상의 지급순위를 정하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자녀 중 나이가 많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함께 심판대상이 된 국가유공자법 제13조 제2항 제1호 '자녀 간 협의에 의해 자녀 중 1명을 선순위자로 정하는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각하됐다.
같은 법 제 2호 '자녀 중 국가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을 선순위자로 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이 나왔다. 재판부는 "'주로 부양'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자녀에 대해 선순위유족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데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신청인 A씨는 참전유공자인 아버지의 세 자녀 중 둘째다. 인천보훈지청은 지난 2019년 5월 국가유공자법 제5조 제1항을 토대로 세 자녀에게 유공자 사망에 따른 유족 순위 변경 안내를 했다.
첫째인 B씨와 셋째 C씨는 협의를 통해 B씨를 선순위 유족으로 지정하는 서면을 제출했지만, A씨는 본인이 아버지를 주로 부양했다며 별도로 진술서를 냈다. 그러나 인천보훈지청은 지난 2020년 첫째 B씨를 선순위 유족으로 지정하고 A씨에게는 '국가유공자의 부양 자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해당 결정의 취소를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이후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23년 9월 A씨는 국가유공자법 제13조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대법원은 문제 조항 가운데 '연장자 우대' 부분이 "자녀의 평등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판단을 구했다.
이번 심판의 핵심 쟁점은 국가유공자법상 연장자 우선 조항이 자녀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였다. 해당 법 조항에 따르면, 같은 순위의 유족들이 협의를 통해 유족 1인을 지정하면 그 사람에게 보상금이 지급된다.
협의가 없을 경우, 유공자를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사람에게 지급된다. 다만 이 두 조건 모두 해당되지 않을 경우, '나이가 많은 자녀'가 우선순위를 갖게 된다. 이 마지막 기준이 자녀 간의 평등권 침해해 헌법과 불합치한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보완 입법이 필요하게 됐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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