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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민생은 나락인데 추경은 논쟁만 하다 4월도 넘길 텐가

[fn사설] 민생은 나락인데 추경은 논쟁만 하다 4월도 넘길 텐가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정부의 '10조원 필수추경'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우 의장,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실물경제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11일 내놓은 4월 경제동향에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미국 '관세폭탄'으로 불확실성과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경기 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속 처리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정부는 산불 피해 수습과 서민·소상공인 지원, 통상 대응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10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내놓은 바 있다. 오는 14일 추경 세부 항목을 발표,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와 국민의힘 내부에서 추경을 하자는 얘기가 나온 지 반년이 지났다. 그보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봄부터 '전국민 25만원 지원금'을 주 내용으로 하는 추경 집행을 주장해왔다. 추경 규모와 내용을 놓고 여야는 갑론을박했다. 탄핵 심판 정국에 추경 논의는 겉돌았고 적자 살림의 정부도 소극적이었다. 이제는 추경을 더는 피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영남권 산불을 수습해야 하고, 관세폭탄에 따른 산업계 지원, 소상공인 등 내수 부양 등을 위해서도 추경이 한시가 급해졌다.

결국 규모가 관건이다. 정치권은 추경을 대선 전략과 연관 지어 활용할 속셈으로 보인다. 중도층 표심을 얻을 기회이자 경제난 해결 의지를 과시할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다. 대선주자들까지 거들어 정부안 10조원보다 규모를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민생회복 지원금을 포함해 30조원 규모로 대규모 추경을 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도 "민생과 경기 회복, 진작을 위한 부분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편성해 달라"고 했다.

정부는 정부대로 속앓이 중이다. 나라 살림 적자가 지난해 1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30조원가량 세수 결손이 날 형편이다. 수십조원의 자금 유입을 기대했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마저 지연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잉여금을 합쳐도 여력이 10조원도 안돼 적자 국채를 찍어야 한다. 게다가 새정부가 출범하면 감세정책에다 제2, 제3의 추경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재정 건전성을 따져야 할 정부 입장도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추경은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 실물경제가 더 깊은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고 민생과 내수 회복에 최소한의 마중물 역할로 재정을 투입해야 할 때다. 자동차와 철강 등에 부과된 25% 대미 관세로 수출 비중이 높은 경제와 기업이 받을 타격은 상당하다. 경제성장률을 최대 0.5~1%p 깎아내려 1%대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

이달 안에 추경에 합의한다 해도 집행은 여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큰 이견이 없는 10조원대 민생 추경부터 여야가 합의 처리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10조원대 추경에 이어, 다음 정부가 경기진작과 신산업에 필요한 후속 추경을 해도 될 것이다. 경기부양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된 소비쿠폰, 지역화폐와 같은 '선심성 현금 살포' 추경 고집은 버려야 한다. 현 세대가 막 쓰겠다고 낸 빚을 혜택도 못 받은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