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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세브란스 연구진, 두경부암 유발 '돌연변이 유전자' 확인

MLL3 유전자 돌연변이, 두경부암 진행의 요인
본래 암을 억제하나 돌연변이되면 기능 소실해
두경부는 음식섭취와 언어구사 직결되는 기관

강남세브란스 연구진, 두경부암 유발 '돌연변이 유전자' 확인
박영민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두경부센터의 Dechen Lin 교수와 남제현 박사(왼쪽부터).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박영민 교수 연구팀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와 공동으로 두경부암의 조기 발생을 유도하는 핵심 유전자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15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연구팀은 편평상피세포암종 환자 72명의 다중 종양 샘플 323개를 분석한 결과 MLL3 유전자 돌연변이가 초기 전암성 병변이 침습성 암으로 진행되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 유전자는 원래 암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데 돌연변이로 인해 그 기능이 소실되면 편평상피세포 종양의 형성이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평상피세포암종은 상부소화기에 흔히 발생하며 빠르게 주변 조직으로 퍼지고 림프절로 전이되기 쉬워 치료가 매우 어렵다. 특히 두경부 부위는 음식 섭취와 언어 구사와 직결돼 암이 발생하면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하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는 세계 최초의 3차원 두경부 전암 오가노이드 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진은 인간 및 쥐의 구강조직에서 정상 편평상피를 채취해 오가노이드를 제작하고 유전자 조작(CRISPR 기술)을 통해 암 전환 과정을 세밀하게 재현했다.

이 오가노이드 배양 모델을 통해 MLL3 유전자의 기능상실이 정상 세포의 이형성 진행과 침습성 암으로의 이행을 촉진하는 기전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후생유전학적으로 MLL3·GRHL2 단백질 복합체가 유전자 조절 부위인 인핸서(enhancer)에 작용해 항종양 면역 반응과 림프구 침윤을 조절한다는 새로운 사실도 규명했다.
이는 향후 면역항암 치료 반응성 예측에 있어 중요한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기존 면역항암제가 난치성 두경부암 환자에게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이유를 유전자 수준에서 설명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연구를 이끈 박 교수는 “MLL3 유전자 돌연변이가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저하시킬 수 있는 기전을 동물 모델에서 입증했다”며 “이를 통해 향후 환자 맞춤형 면역치료 전략 수립과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