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연구팀, 개-인간·인간-인간 13가지 관계 특성 평가
"반려견은 자녀 친밀감·친구 편안함 주는 통제 가능한 존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사람들은 절친한 친구보다 개와의 관계를 더 만족스럽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반려견이 사람의 삶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자녀와 가장 친한 친구가 합쳐진 독특한 존재로 인식되는 경향이 많다는 걸 보여줬다.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ELTE) 에니코 쿠비니이 교수팀은 23일 717명의 반려견 주인과 반려견의 관계를 자녀, 가장 친한 친구, 연인, 가장 가까운 친척과 비교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이 연구는 '개-인간 관계, 인간-인간 관계의 유사점과 차이점(Similarities and differences between dog-human and human-human relationships)'이라는 제목으로 '털복숭이 아기'부터 든든한 동반자까지 개가 반려견 주인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여다 봤다.
연구팀은 과거 가축으로 일을 하던 개가 서구 사회에서 '대리 자녀'로 여겨지는 소중한 동반자가 됐지만 여전히 개가 인간 관계망에서 수행하는 구체적인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려견 소유자 717명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자녀, 연인, 가장 가까운 친척, 가장 친한 친구 등 4명의 인간 파트너와 반려견에 대한 관계 특성을 평가하도록 했다.
관계 특성은 동반자 관계(companionship), 친밀감(intimacy), 양육감(nurturance), 만족감(satisfaction), 갈등(conflict), 적대감(antagonism), 권력 관계(relative power) 등 13가지 항목으로 구분해 질문했다.
연구팀은 인간 관계망은 친밀감과 도움을 주는 연인, 양육감과 관계 안정성을 주는 자녀, 갈등이 적은 동반자인 가장 친한 친구 등 다양한 파트너로 구성된다고 보고 이런 인간관계를 개와 비교했다.
개-인간 관계, 인간-인간 관계의 13개 특성에 대해 개와 자녀(a), 개와 연인(b), 개와 가장 친한 친구(c), 개와 가장 가까운 친척(d)을 비교한 그래픽. /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 홈페이지
반려견 소유자들은 반려견과의 유대감을 가장 만족스럽게 평가하면서 '최고의 동반자'로 답했다. 또 반려견이 모든 파트너 중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녀처럼 양육감과 관계 안정성에서 반려견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친한 친구처럼 적대감이나 갈등 수준이 가장 낮은 파트너로도 평가됐다.
다만 상대방에 대해 느끼는 힘의 불균형은 인간 파트너와의 관계보다 반려견과의 관계에서 훨씬 컸다.
이는 반려견에 대해 높은 수준의 통제권을 가진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연구를 이끈 쿠비니이 교수는 "개는 갈등이 최소화되고 사회적 지지가 강하며 다른 생명체의 삶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하는 매우 긍정적인 관계를 제공한다"면서 "개는 아이들의 놀이 친구, 좋은 룸메이트, 젊은 독신자의 가장 친한 친구, 젊은 부부의 대리 자녀, 아이가 생기면 형제자매 같은 존재, 자녀가 떠난 부모의 손주, 그리고 혼자 사는 노인에게는 아마도 가장 중요한 사회적 지원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간관계와 달리 반려견 주인은 대부분 결정을 내릴 때 반려견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유지하며 이는 높은 만족감을 준다"며 "생명체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권력 비대칭은 반려견 소유의 근본적 측면"이라고 말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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