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덕 건설부동산부장
건설업 침체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요즘 들어서는 회복이라는 단어 자체가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당연히 있을 법하지만 정작 업계의 얘기를 들어보면 '뾰족한 수가 있겠느냐'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난의 행군을 그저 견디고 있을 뿐이라는 식이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불황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업종도 잇따라 나타났다. 대표적인 업종이 시멘트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시멘트 출하 실적은 445만1000t으로 전년 동기 591만6000t 대비 24.8% 감소했다. 3월에도 비슷한 수준의 감소세가 예상되는데, 현재 건설업황을 감안하면 올해 출하량이 4000만t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시멘트업계의 중론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외환위기) 때도 나오지 않았던 숫자로, 1980년대 수준으로 쪼그라드는 상황이다. 전방산업인 건설업이 살아나지 않는 이상 기적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건자재 업체도 비슷한 모습이다. LX하우시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7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고, KCC글라스도 2024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9% 역성장했다. 특히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더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미 1·4분기 실적 컨센서스부터 두자릿수의 마이너스로 추정되는 처지다.
이웃 업종인 가구업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리바트의 1·4분기 잠정 매출액은 43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 줄었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빌트인가구 공급물량이 줄며 매출이 감소했다"는 게 현대리바트 측의 설명이다. 라이벌인 한샘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건설업의 불황은 단순히 단일 업종만의 문제로 볼 일이 아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업 생산비중은 4.8%로 110조원이 넘는다. 연관산업까지 반영하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일자리 문제에서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건설업 비중은 6.9%로 2023년 7.4% 대비 0.5%%p 낮아졌다. 지난해 실업률이 전년 대비 1.1%p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절반이 건설업종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어느 산업에 뒤지지 않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해 경제성장 기여도는 -0.1%에 그쳤다. 현재 국가적인 과제가 되고 있는 저성장 극복을 위해서는 건설업이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라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먼저 건설업계의 얘기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 이미 여러 건설 유관기관에서 대선을 준비하는 정치권에 여러 가지 정책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대한건설협회는 분양가상한제 전면 폐지, 1가구2주택 세제완화, 공공주택 50만호 공급, 매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30조원 이상 편성, 예비타당성 조사대상 기준 현실화 등 '차기 정부에 바라는 건설정책 과제'를 전달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미분양주택 취득 시 양도세 한시 감면 및 취득세 중과 배제, 아파트 매입임대등록 재시행 등 5개 분야 21건의 과제를 건의했다. 한국주택협회도 다주택자 세제 중과 폐지, 지방 미분양주택 세제 지원,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10대 핵심과제와 주택 부문별 정책과제 30개를 제안했다.
정책가들은 대부분 정답은 현장에 있다고 말해 왔다. 사무실에서 서류로 보지만 말고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라고 해왔다. 하지만 정작 정책이 나올 때마다 현장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심지어 "이 정도로 무엇을 기대하는지 모르겠다"는 혹평을 받은 정책도 다수다. 국내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세곳의 협회에서 직접 나서 현장의 목소리를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권에 전달했다. 이번에는 좀 달라지길 바란다.
cynical7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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