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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유전" 국내 연구진, 행복과 정신장애 유전적 연관 첫 규명

삼성서울병원-분당서울대병원 공동연구팀
‘네이처 인간행동’에 관련 연구 성과 발표해
우울증 유전변이 중 93% 행복감과 관련有

“행복은 유전" 국내 연구진, 행복과 정신장애 유전적 연관 첫 규명
삼성서울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행복감과 정신장애 사이에 유전적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삼성서울병원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 최근호를 통해 주관적 행복도와 정신장애 사이의 유전적 연결고리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5일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원홍희 교수(성균관의대), 안예은 연구원, 분당서울대병원 명우재 교수, 국군구리병원 정진영 임상강사(前 삼성서울병원) 등 연구진은 유럽인 65만명, 한국인 11만명의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우울증 △조현병 △양극성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거식증 △대마초 사용장애 등 14개 정신질환과 주관적 행복도 사이의 유전적 상관관계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7개 주요 정신장애가 행복과 유전변이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우울증과 관련된 유전변이 중 93%가 행복감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단순히 질병 유무와 별개로 유전적 기반이 행복감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정서 조절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ZMYND8, LINC02163 등)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 유전자들은 주로 뇌의 기저핵, 전두엽, 편도체, 해마 등 감정과 기억을 관장하는 부위에서 발현됐다. 이는 정신장애와 관련된 뇌 영역과 유전자의 상관관계를 분자 수준에서 밝혀낸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주관적 행복의 유전적 구성요소가 정신질환의 위험성과 깊이 연결돼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행복 유전자의 규명은 정신장애 예방과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 교수도 “많은 환자들이 치료 후에도 여전히 행복감을 느끼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다”며 “정신장애와 행복의 유전적 연결고리를 이해함으로써, 치료 이후 삶의 질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근거 중심 치료법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네이버 디지털 바이오 혁신사업,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