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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브랜드·中 공세에 흔들… 현대차, 신흥시장 점유율 비상 [여기는 동남아]

신흥 3국, 1분기 판매량 경고등
印 점유율 14% '12년 만에 최저'
베트남은 1년새 판매실적 31%↓
본사 직접 나서 대응책 찾기 분주
현지화 등 신흥국 전략 새판 짜야

현지 브랜드·中 공세에 흔들… 현대차, 신흥시장 점유율 비상 [여기는 동남아]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기자】 현대자동차가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시장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현지에 대규모 실사단을 파견해 시장상황 점검과 공급망 재조정에 나섰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1·4분기 이들 주요국에서 판매실적이 떨어지면서 경고음이 켜진 상태다. 현대차는 그동안 이들 지역이 '보완재' 수준을 넘어 '또 하나의 성장 엔진'이 될 것으로 판단해 집중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들이 오랜 강자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브랜드들이 급부상하면서 현대차는 시장점유율을 높여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의 저가 공세에 더욱 고전하고 있다.

■12년만에 최저 점유율…현대차, 인도에 실사단 파견

현대차는 지난 1·4분기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동남아·남아시아 주요 지역에서 모두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

인도는 이 기간 19만1700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시장 점유율은 14%로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기준으로는 인도 현지 제조사인 마힌드라에도 밀려 4위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인도는 전통적 강자인 마루티 스즈키를 비롯해 인도 현지 제조사인 타타와 마힌드라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EV)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며 중산층 수요를 흡수한 반면, 현대차는 주력 모델 크레타, 베뉴 등이 상대적으로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는 게 현지 매체들의 분석이다.

이에따라 현대차는 본사 차원의 실사단을 급파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지 언론은 최근 현대차 본사가 직접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실사단을 현대차 인도법인으로 파견해 대대적인 사업 점검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실사단은 판매, 마케팅, 재무, 상품개발 등 다양한 부서 직원으로 구성됐다. 실사단은 인도 사업 전반을 점검하며, 특히 현대차의 아성을 위협하는 마힌드라 등 현지 브랜드에 대한 선호 증가를 면밀히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빈페스트·BYD 돌풍에 설 자리 잃어

베트남에선 상황이 더 안좋다. 현대차는 1·4분기 1만1440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해 전년 대비 31.1% 급감했다. 한때 시장 1위였던 현대차는 지난 1·4분기 3위까지 떨어졌다. 결정타는 베트남 토종 전기차 기업 빈패스트였다. 빈패스트는 1·4분기 3만5100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21.3%로 전체 시장 1위에 올랐다. 특히, 소형 SUV 모델인 VF 3·VF 5가 실적을 견인했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빈패스트가 정부 보조금과 소형차 전략을 결합해 젊은층을 공략했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코나 일렉트릭 등 일부 모델을 판매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현지 맞춤형 전기차가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동남아 생산기지가 위치한 인도네시아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지난 1·4분기 현대차의 판매량은 6958대, 시장 점유율은 3.4%에 머물렀다. 도요타, 다이하츠, 미쓰비시 등 일본계 브랜드가 상위권을 지켰다. 지난해 하반기 인도네시아 시장에 본격 진입한 비야디(BYD)는 5718대를 판매, 현대차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BYD의 모델들이 등이 상위권을 휩쓸며 현대차의 아이오닉5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스트는 "현대차는 한때 동남아 전기차 선도 브랜드였지만,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와 가격 전략 앞에 밀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허브'를 전국가적 목표로 세우면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자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생산기지를 갖춘 현대차와 달리 투자 없이 어부지리격으로 수혜를 입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전문가 "신흥시장 대응 재편 필요"

현대차는 최근의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생산 라인 조정, 전기차 비중 확대로 점유율 회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이번 실사단 조사를 통해 현대차 인도법인의 △가격 정책 △라인업 재조정 △전기차 확대 등 종합적으로 대책 마련을 세울 예정이다.
또 베트남에서는 하반기 크레타 부분변경 모델 출시에 이어 소형 전기 SUV 신규 모델 투입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네시아에선 아이오닉6 현지 조립과 함께 전기차 가격 조정도 병행해 점유율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및 신흥시장 대응의 확실한 재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지화 전략과 제품 경쟁력에 대한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