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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다녀온 기장 '패닉'...200명 탄 여객기 10분간 혼자 날았다

지난해 2월 스페인 향하던 독일 루프트한자 여객기서 발생
"부기장 갑작스러운 발작"…자동운항 기능 덕에 피해 없어

화장실 다녀온 기장 '패닉'...200명 탄 여객기 10분간 혼자 날았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200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을 태운 독일 루프트한자 여객기가 10분간 조종사 없이 비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최근 스페인 항공 조사관들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승객 199명과 승무원 6명을 태운 루프트한자의 에어버스 A321기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스페인 세비야로 향하고 있었다. 당시 기장(43세)은 비행시간이 약 30분 남은 상황에서 부기장(38세)에게 조종실을 맡기고 화장실에 갔다.

이후 8분 만에 돌아온 기장은 조종실 보안 문 출입 코드를 5차례 입력했음에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안과 연결된 인터폰 호출도 응답이 없었다. 아찔했던 상황은 기장이 비상 코드를 입력하고 조종실로 향한 뒤에야 마무리됐다.

이 동안 조종실에 남았던 부기장은 의식을 잃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록에는 "(상황 직후) 정신을 차린 부기장은 비상 출입 코드 타이머가 만료되기 전 내부에서 수동으로 조종실 문을 열었고, 기장이 신속하게 여객기를 조종했다"고 적혔다.

얼굴이 땀에 젖어 창백한 부기장의 상태를 확인한 기장은 객실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 승객으로 탑승한 의사의 응급처치를 받았다. 의사는 부기장의 심장 질환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기장은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정신을 잃었는지도 기억 못했다.

부기장은 조사에서 "언제 의식을 잃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몸에 이상이 왔다는 사실을 다른 승무원들에게 알릴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조종실 음성 녹음에서는 급성 건강 비상사태와 일치하는 소음이 포착됐다.

10분간이나 조종하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여객기는 아무 사고도 나지 않았다.
보고서는 자동운항 기능 덕분에 안정적으로 비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여객기는 가장 가까운 공항인 마드리드 공항으로 회항했다. 부기장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의사들은 그의 상태에 대해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발작"이라고 진단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