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4만대 육박… 韓증가율의 12배
물류비·시간 절감 지리적 장점 살려
불확실성 대응해 재고 쌓는 동시에
美·加·멕시코 협정 혜택 적극 활용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정책으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가운데 기아가 올해 들어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 수출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을 늘려 효율적으로 미국 내 재고를 쌓는 동시에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하에 멕시코 생산기지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염두에 둔 조치로 분석된다.
19일 파이낸셜뉴스가 수출입 통관데이터 업체 임포트지니어스 코리아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기아가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3만9724대로 전년 동기 3만1145대보다 27.5%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한국발 미국 수출물량 증가율이 2.3%인 점과 비교하면 멕시코 공장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12배가량 더 높았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기아는 한국에서 9만9834대의 차량을 미국에 보냈다. 지난해 1·4분기 수출물량은 9만7590대다.
올해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물량은 지난해보다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1월 1만1603대에서 2월 1만4208대, 3월 1만3913대로 모두 1만대를 넘겼다. 지난해 1월 1만87대, 2월 1만2058대, 3월 9000대 대비 각각 15%, 17.8%, 54.6% 증가했다.
기아 멕시코 공장의 대미 수출이 대폭 늘어난 까닭은 복합적이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올 1·4분기 관세 불확실성에 대응해 미국 내 재고를 최대한 쌓는 전략을 세웠다. 지역별로 생산차종이 다르긴 하지만 한국 공장보다는 물류비와 시간이 적게 드는 멕시코 공장 중심으로 미국 수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현대차는 미국에서 3월 말 기준 3개월, 기아는 2개월 수준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멕시코 공장이 USMCA에 따른 부품 관세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차량 부품의 85% 이상을 미국·멕시코·캐나다 지역에서 조달하면 무관세 혜택을 준다. 미국 자국 업체들을 염두에 둔 조치이긴 하지만, 멕시코에 생산거점이 있는 기아도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아는 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미국 공장에서 증산체제에 돌입하고, 동시에 멕시코 공장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다만 미국의 관세정책이 오락가락하고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기아 역시 상황 변화에 맞춰 생산전략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관세조치 이후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투싼을 미국 현대차 공장으로 이관하는 등 생산전략을 수정하고 있는데, 동시에 멕시코 공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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