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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불출석 상태서 실형 선고…대법 "출석권 침해"

공시송달 후 2개월 경과 없이 유죄 선고…대법서 파기환송

피고인 불출석 상태서 실형 선고…대법 "출석권 침해"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피고인이 재판에 불출석하자 공시송달 후 실형이 선고된 사건에 관해 대법원이 피고인의 출석권을 침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과정에서 서류를 전달이 안 될 때 일정 기간 법원에 게시하는 것으로 송달과 같은 효력을 발생시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우즈베키스탄 국적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이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3년 11월부터 12월까지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에게 경찰을 사칭해 700만~1972만원의 현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금 수취 행위를 회사 업무의 일환으로 인식했을 뿐,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의 일환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의 내용과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하는 현금수거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한 과정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심스러운 사정들을 외면 내지 용인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지난해 11월 6일 1차 공판에 출석하지 않자 검찰에 주소 보정을 명했고, A씨가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한 뒤 입국하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8일 소환장을 공시송달했고, 다음 달 12월 4일 공판기일에도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자 곧바로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했다. 선고는 이듬해 1월 10일 이뤄졌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출석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첫 공시송달 후 2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생긴다는 점을 짚었다. 공시송달이 지난해 11월 18일 이뤄진 만큼 1월 19일 이후에 2회 공판기일을 진행하고, 이때도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았을 경우 피고인 없이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원심의 조치는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어긋나고, 형사소송법 제370조, 제276조가 규정한 피고인의 출석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배돼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