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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때렸수다, 두부김치' 고대 주점 메뉴에.."장난하냐?" vs "풍자 먹혔네" [어떻게 생각하세요]

'계엄 때렸수다, 두부김치' 고대 주점 메뉴에.."장난하냐?" vs "풍자 먹혔네"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논란을 빚은 학교 축제 주점 홍보 포스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파이낸셜뉴스] 서울의 한 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2.3 비상계엄과 국민 대통합’을 주제로 주점을 열겠다고 예고한 뒤 "계엄 사태를 희화화했다"는 논란이 일자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하는 일이 생겼다.

고대 정외과 주점 기획하면서 "계엄말이, 좌파게티" 풍자 메뉴명

최근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 “자유 정의 진리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주점의 기획 의도를 설명하는 글과 홍보 사진 여러 장을 올렸다.

학생회 측은 “여기는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3025년 대한민국, 6시간 끝에 계엄은 사상자 없이 종료됐지만, 사회는 큰 혼란과 분열에 빠졌다. 협치 거부, 입법 폭주, 극심해지는 양극화까지 당면한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우리의 대통합"이라며 “오늘 밤, 주점에서 세상을 구하고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 주점은 오로지 현 정권에서 발생한 계엄 사태만을 풍자하는 것을 기획 의도로 한다”고 첨언했다.

'계엄 때렸수다, 두부김치' 고대 주점 메뉴에.."장난하냐?" vs "풍자 먹혔네"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가 논란을 빚은 학교 축제 주점 홍보 포스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함께 올린 메뉴판 소개 사진엔 정치인의 이름을 활용한 메뉴명과 얼굴 사진이 포함돼 있다. ‘이재명이나물삼겹살’, ‘윤석열라맛있는두부김치’와 ‘조국혁신라면’, ‘좌파게티+우파김치’, ‘계엄말이’ 등이 보인다. '홍카콜라', '정청레몬샤베트', '한덕水' 등 디저트 메뉴도 있다.

메뉴 설명도 있다. ‘윤석열라맛있는두부김치’의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내린 포고령을 인용해 ‘맛없는 안주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 여러분의 입맛을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학살당할 뻔한 계엄이 장난이냐" 비판 일자.. 삭제하고 사과

해당 게시물을 두고 “수준 떨어진다. 계엄이 장난이냐”는 비판과 함께 “불편해 하는 사람들 나온 것 보니 잘 만들었다”는 옹호의 글까지 학생들의 의견은 갈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주로 “수천수만 명 학살당할 뻔한 계엄이 장난이냐"거나 "정상적인 사람들이 5.18을 희화화하지 않듯 12.3 계엄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등 비판의 글이 많았다.

논란이 커지자 학생회 측은 게시물을 삭제하는 동시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학생회 측은 "이번 축제 기간 중 정치외교학과 주점에서 사용된 콘셉트와 관련해 일부 학우 및 시민 여러분께 불편함과 오해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계엄’이라는 상징은 한국 현대사 속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와 연결된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소재를 다루는 데 있어 더 높은 수준의 신중함과 감수성이 요구되지만,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며 상처 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풍자를 선택한 이유도 사건을 가볍게 생각하는 게 아닌, 오히려 쉬쉬하지 않고 드러내어 공론장의 주제로 삼는 것이 정치학도로서 사회의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어렵지만 진정한 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표현과 기획에 있어 더욱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사과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