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최근 발표된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47%는 지난 1년간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55%는 장기적 울분상태, 70%는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치사회경제의 급격한 변동이나 대형 재난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해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에 대한 응답률은 91.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한편 SK사회적가치연구원이 조사한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보고서는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로 2021년과 2022년 조사에서는 '집값 불안정 및 주거부담 증가'를 지적했으나 2023년과 2024년 조사에서는 '투명하지 못한 정부 운영'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컨설팅 기업으로 연례적으로 세계 30개국의 국민행복도를 조사해 온 입소스 보고서에 따르면 '행복하다'고 응답한 우리나라 국민의 비중은 2011년 조사에서 71%였는데 2020년 54%, 2024년 48%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2024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행복하다고 응답한 국민의 비중이 조사대상 30개국 중 29위로 나타났으며, 불만족 비율이 가장 높은 항목이 '사회정치적 상황'과 '경제상황'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사 결과들은 공히 정치와 정부가 국민들이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이며, 국민 행복을 위한 해결사 역할은 고사하고 그 자체가 국민 스트레스를 양산하는 최대의 사회문제라는 것을 시사한다. 아닌 밤중에 느닷없는 계엄, 따발총같이 퍼부어대는 탄핵, 태극기부대 등 만성화된 거리시위, 최근 새벽에 일어났던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교체 과정 등은 그야말로 국민들에게 정치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야기하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를 한 주 남짓 앞둔 시점에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다른 공약은 그만두고라도 그동안 정치가 국민들을 괴롭힌 것을 사과하고 더 이상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양산하고 우울하게 하는 정치는 그만하겠다는 선언부터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왜 우리나라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고사하고 우울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정치권 스스로가 국민들을 좌우와 지역으로 편 갈라 자신들 밥그릇과 권력을 챙기는 정치를 해 왔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국민행복의 토대는 국민의 삶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회적 신뢰자산이며, 정치의 목적은 바로 사회적 신뢰자산을 키우고 그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데 있다. 세계에서 북구 국가 국민들이 가장 행복한 이유는 소득수준보다 사회적 신뢰자산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사회적 신뢰자산은 바로 국민통합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지난 대통령들의 업적을 평가해 보면, 진영 이념에 얽매여 정책을 선택했던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실패했던 반면 국민통합에 역점을 두었던 대통령들은 존경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선출함에 있어 가장 나쁜 선택은 이념과 진영 및 지역 등 어느 편을 기준으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대선 시점의 정치 분위기를 타고 떠오르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선택인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다음으로 나쁜 선택은 공약사업으로 유권자를 유혹하고, 정작 그 부담을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지게 하는 사탕발림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대외적으로는 세계의 경제와 안보 지판이 요동치고 있는 세기적 전환기에 직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내적으로는 계엄 후유증과 진영 싸움에 매몰되어 있다. 이 절체절명의 세기적 전환기에 대한민국을 바로 이끌어 갈 대통령은 무엇보다 시대과제 해결에 대한 사명감에 투철해야 할 것이며, 특히 정치의 신뢰성을 회복하여 국민 우울증을 치유하는 것이야말로 절박한 시대과제로 보인다. 과연 어느 후보가 사회적 신뢰자산을 축적하여 국민 우울증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인가?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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