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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음주운전 3번', 그러나 파면은 과하다는 법원, 이유는?


2001년, 2012년, 2023년 11년 단위로 장기간 음주운전 적발
"과거 책임, 상당 부분 희석…단기간 반복적 음주와 징계 달라야"

경찰이 '음주운전 3번', 그러나 파면은 과하다는 법원, 이유는?
서울행정법원/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경찰관이 음주운전으로 세 차례 적발됐더라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장기간 이뤄진 것이라면 파면 처분까지 하는 것은 과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비위 정도에 비해 과중한 징계라는 취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지난 3월 경찰관 A씨가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파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서울경찰청장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지난 2001년 음주운전으로 견책처분을 받고 11년 뒤인 2012년에도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해 강등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다시 11년이 흐른 2023년 8월 소주를 마신 후 운전을 하다 경기 광명시 한 도로에서 음주측정 불응으로 현행범 체포됐다. 같은 해 10월 법원은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서울경찰청장은 A씨가 '경찰관으로서의 품위를 손했다'며 옛 경찰공무원 징계령 세부시행규칙상 '2회 음주운전 한 경우' 또는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경우'로 적용해 파면했고, A씨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건 파면처분은 원고의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오래전에 발생한 비위행위라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고 비위행위 정도에 비하더라도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이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또 앞선 두 번의 음주운전이 11년, 22년 전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그에 대한 책임이 상당 부분 희석됐을 뿐만 아니라 그 전력이 공직기강이나 공무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보인다"며 "최근 10년 넘는 기간 동안 음주운전을 하지 않다가 다시 음주운전을 한 사례와 단기간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을 한 사례는 징계의 필요성과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술을 마신 후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한 사실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겠으나, 음주운전 과정에서 인적·물적 피해를 발생시키지는 않았다"며 A씨가 32년간 경찰공무원으로 여러 차례 포상을 받은 점, 파면처분으로 퇴직급여와 수당에 불이익을 받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처분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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