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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해도 평생 돈 걱정 안한다’...바뀌는 자산가들 자산증식[부동산 아토즈]


'퇴직해도 평생 돈 걱정 안한다’...바뀌는 자산가들 자산증식[부동산 아토즈]
서울 아파트 전경.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모 빌딩 중개업체 A대표는 최근 고객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아파트를 고민하던 자산가에게 60억원 규모의 꼬마빌딩을 사도록 권유했기 때문이다. A사장은 “사려고 했던 고가 아파트 가격이 껑충 뛰면서 고객이 화가 난 상태였다”며 “이런 경험은 처음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파이낸셜뉴스가 서울 지역 아파트(50억원 이상)와 꼬마빌딩(100억원 미만) 거래를 분석해 비교한 결과 ‘조물주 위에 건물주’도 옛말이 되고 있다. 자산가들의 대표 투자처가 꼬마빌딩에서 강남 고가 아파트로 바뀌고 있어서다.

서울 지역 대상으로 50억원 이상 아파트는 국토교통부 자료, 100억원 미만(연면적 1만㎡미만) 꼬마빌딩 거래는 빌딩 전문 컨설팅 업체인 리얼티코리아에 의뢰해 분석했다. 100억원 미만 중소형 빌딩은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다.

분석 결과를 보면 1·4분기 기준으로 2020년~2022년만 해도 꼬마빌딩 거래 건수가 1000건을 넘었다. 반면 5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2020년 6건, 2021년 47건, 2022년 32건 등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꼬마빌딩이 자산가들로부터 압도적인 선택을 받은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꼬마빌딩은 은퇴자의 로망으로 부자들의 여윳돈이 몰리는 대표적인 투자처였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2023년을 기점으로 100억원 미만 꼬마빌딩 거래는 급격히 줄어든 반면 5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폭증했다. 통계를 보면 1~3월 기준으로 50억원 이상 서울 아파트 거래는 2023년 21건, 2024년 50건에서 올해는 무려 232건으로 폭증했다. 1년새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반면 100억원 미만 꼬마빌딩 거래는 이 기간 320건에서 504건, 527건으로 예전 수준(100건 이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뚝 떨어졌다.

자산가들의 선호 부동산이 바뀌고 있다는 자료는 다른 곳에서도 나온다. KB경영연구소는 매년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선호 부동산 조사를 하고 있다. 최근 펴낸 ‘2025 KB부동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고액 자산가의 64%가 투자처로 아파트를 선택했다. 오피스·상가를 선택한 비율은 고작 28%이다. 2020년부터 추이를 보면 아파트 선택 비율이 60%를 넘고, 오피스·상가 비중이 3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꼬마빌딩 인기 감소 원인으로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으로 공실이 늘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진 것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한다. 무엇보다 '강남 아파트 일극화'가 빚어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강남 초고가 아파트는 웬만한 꼬마빌딩 가격과 맞먹을 정도다.

박 위원은 “강남 아파트 불패로 인해 부촌 아파트는 이제 빌딩을 대체하는 부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리얼티코리아 관계자는 “아파트가 어느 정도 피크를 찍으면 다시 꼬마빌딩으로 수요가 옮겨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