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서 비껴난 국민의힘 쪽 지지자들 사이에서 거론
국민의힘 유제홍 부평구갑 당협위원 "투표소에 젓가락"
선관위, 지난해 총선 선거법에 따라 대파는 반입 제한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투표소에 '젓가락'을 가져간 60대 남성 유권자의 모습을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30일 오후 6시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오는 6월 3일 본투표를 앞두고 '투표소에 젓가락 가져가자'는 독려글들이 온라인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성희롱 표현 된 '젓가락'.. 투표소 가져가자는 목소리
온라인 커뮤니티엔 29, 30일 사전투표와 6월 3일 본투표에 맞춰 "투표장 갈 때 젓가락 가져가려고 하는데 추천해 달라"거나 "투표 용지 주면 젓가락으로 잡아야 겠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대선 선거판에 젓가락이라는 단어가 나온 건 지난 27일 마지막 대선 TV토론 직후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젓가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성희롱 표현을 언급한 데서 비롯했다.
어느새 젓가락은 대선의 이슈를 끌고 가는 단어가 됐고 '투표소에 젓가락을 들고 가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22대 총선에서 투표 후 SNS에 올라온 이른바 '대파 인증샷'. 독자 제공.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지난해 제22대 총선 때 불거진 대파 이슈가 재소환됐다.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장바구니 물가 현장 점검'을 위해 찾은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는 발언을 한 뒤 "물가를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기 위한 소품으로 대파를 활용해 선거운동을 펼쳤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선관위로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대파를 가지고 투표소에 가도 되느냐’는 유권자 질문이 다수 들어왔다. 논의 끝에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166조(투표소내외에서의 소란언동금지 등) 등에 근거해 이를 제한하기로 했다.
당시 선관위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항의하는 정치적 행위를 할 경우 다른 선거인에게 심적 영향을 줄 수 있고, 비밀 투표 원칙도 깨질 수 있는 만큼 공직선거법에 따라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선관위 결정에 대파를 들고 투표소에 가는 장면은 볼 수 없게 됐지만, 그때의 경험은 이번 대선으로 연결됐다.
실제 사전투표 첫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유권자가 투표소 안에서 젓가락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도장을 집는 사진을 올렸다.
젓가락 대신 커피를 가져갔다는 글도 올라왔다.
또 다른 유권자는 "출근길에 (젓가락을) 미처 챙겨나오지 못했다. 투표장 앞 무인카페가 있어서 커피 한잔 뽑아서 들어가 기표 도장을 찍었다"며 도장이 찍힌 커피 컵 사진을 올렸다.
이재명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커피 한 잔 팔면 8000원에서 1만원 받을 수 있는데 원가가 내가 알아보니까 120원”이라고 말하며 논란을 일으킨 걸 떠올리게 하는 투표 인증 퍼포먼스였다.
누구를 위한 젓가락 퍼포먼스
/사진=페이스북
이번 젓가락 퍼포먼스를 주장하는 쪽이 타깃으로 삼은 건 기호 1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기호 4번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로 보인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쪽 후보자를 저격하려는 게 목적이다.
이준석 후보는 다양한 성별과 연령의 사람들이 보는 TV토론에서 여과없이 '젓가락' 발언을 한 뒤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의 발언으로 그의 장남이 과거 온라인에 작성한 부적절한 댓글이 다시 거론됐다.
결국 30일 이재명 후보는 "자식 잘못 키운 제 잘못"이라며 사과했고 같은 날 이준석 후보도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많은 분에게 실망과 상심을 안겨드렸다"는 입장을 전했다.
해당 사안에 비껴나 있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젓가락' 이슈는 호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투표소로 가져가자'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2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국민의힘 유제홍 부평구갑 당협위원장이 '투표소에 나무 젓가락 가지고 투표하기'라는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모임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투표소에 젓가락을 가져가자"는 글이 다양한 형태로 올라오고 있다.
대파처럼 반입제한 될까
현재 선관위는 지난해 '대파'와 달리 젓가락, 커피 등의 투표소 반입 제한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소 반입을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대파처럼 유권자들의 요청이 있으면 논의의 과정을 거쳐 반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대파'를 들고 가도 되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 숙의 끝에 반입 제한을 결정한 것"이라며 "투표소를 소란스럽게 하거나 특정 후보 또는 정당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면 제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도 다수의 질문이나 요청이 온다면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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