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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동탄 납치·살해 故 김은진 사건 전말···'유서·녹취'에 담긴 진실

동탄 아파트 살인 사건…유서·녹취록 속 진실 공방
무차별 폭행과 협박…전문가 "인질처럼 잡혀 있었던 것"

'그알' 동탄 납치·살해 故 김은진 사건 전말···'유서·녹취'에 담긴 진실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파이낸셜뉴스] 3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지난 5월 발생한 故 김은진 사망사건의 진실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지난 5월 12일 오전 동탄의 한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32세의 김은진씨. 은진씨는 두 손이 결박된 채 머리에 검은 천주머니를 쓰고 그 위에 헬멧을 쓴 채 도망가다가 흉기에 찔려 살해됐다.

은진씨를 살해한 용의자는 34세의 전 남자친구 이준호(가명)였다. 그는 은진씨를 살해한 후 함께 동거하던 집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됐지만 경찰은 이를 유가족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유가족에 따르면 은진씨는 지난 4월 처음으로 자신의 상황을 가족들에게 알렸다. 이씨의 폭행이 심한 것도 모자라 흉기로 협박하고 반려견을 죽이려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은진씨는 잠옷 차림으로 강아지만 데리고 도망쳐 나왔다.

그 과정에서 은진씨는 동거하던 집을 벗어나 다른 숙소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약 70일 후 거처를 찾아낸 이씨에게 납치당해 다시 동거하던 집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도망친 은진씨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중 이씨에게 붙잡혀 무참히 살해됐다.

유가족은 은진씨 화장 당시 전광판에 나란히 적힌 이씨의 이름을 보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이씨의 친구들이 유가족의 사진을 찍어 어딘가에 전송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이씨의 친구들은 제작진에게도 “이 사건이 공론화가 안 됐으면 좋겠다. 가지고 있는 자료가 많다”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경찰이 유서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족은 딸 죽음과 관련한 작은 단서라도 알아내기 위해 두 사람이 동거하던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이씨가 남긴 12장의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는 은진씨와 은진씨의 부모님에게 남겨졌으며 그동안 두 사람이 사귀며 벌어진 일들이 이씨의 입장으로 적혀 있었다.

이씨는 유서에 은진씨가 불법적으로 남자를 만나 모텔에 갔으며 이 남자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적었다. 특히 은진씨에게는 “넌 빛날 수 있다. 빛나는 인생을 살아라”라며 응원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수사 관계자 역시 유가족 옆에 붙어 있는 남자가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불순한 남자다. 사실관계를 잘 파악해 주셔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만난 남자는 사건 당시 은진씨의 남자친구 조성현(가명)씨였다. 그는 “살면서 이렇게 고통스러운 적이 있나 싶다. 잔인무도하게 죽였는데 자긴 편안하게 목매서 가놓고 죽어서도 괴롭히도록 왜곡하도록 유서를 써놓고 갔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이씨가 주장한 것처럼 은진씨와 불법적인 만남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은진씨가 일하는 식당에 가게 됐고 실수로 소스를 묻혔다가 변상하겠다며 연락처를 주며 인연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12월 말경 우연히 커피숍에서 은진씨를 만나 인연이 이어졌다.

조씨는 “그늘이 있는 것 같았다. 물어봐도 이야기를 안 하더라. 2월에 첫 마음을 털어놨는데 피의자가 폭행했고 가족을 죽이겠다는 거였다”라며 “이 친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했고 어떻게 양지로 끌어 내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이후 조씨는 경찰 보호를 받기 위해 고소를 설득했고, 오랜 설득 끝에 폭행 증거가 담긴 사진과 30개의 음성 파일을 볼 수 있었다. 벗어날 수 없을 거라며 증거도 모으지 못했던 은진씨가 죽음 뒤 진실이 왜곡될 것을 우려해 용기를 내 증거를 남겼다.

은진씨가 남긴 녹음 파일은 이씨가 남긴 유서와는 그 내용이 전혀 달랐다. 녹취에서 이씨는 은진씨에게 몸을 팔라고 강요하며 이를 거부하자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또 이씨는 은진씨에게 가족을 죽이겠다며 협박했고 은진씨는 가족만은 건들지 말라고 빌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인질처럼 잡혀 있었던 거다.
자신의 부모에게까지 행할 악행을 막고 싶었던 거다. 마치 자녀 유괴해간 유괴범에게 아이만 살려달라고 하는 거다”라며 “이씨는 그걸 잘 알고 있는 거다. 그런 상황인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었겠냐”라고 분석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