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권, 노조 주장대로 합의 완료
지자체, 준공영제 축소 카드 만지작
지난달 28일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파업을 유보하며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내버스가 정상 운행하고 있다. 뉴시스
파업 불씨를 남긴 서울 시내버스 노사의 임금 갈등이 재점화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시처럼 '통상임금' 관련 문제를 겪는 부산·울산·창원 등이 파업에 돌입한 끝에 사실상 노조측 승리로 합의안을 도출해서다. 노조측 의견이 반영될 경우 서울시는 늘어난 임금 부담 해소를 위해 감차·구조조정·요금 인상까지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해야 하는 '준공영제'를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8일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최근 '운행 중단' 수준의 파업 이후 합의안을 도출한 부산·창원·울산에서 노조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노조측 관계자는 "부산, 창원, 그 이전의 대전의 합의까지 모두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해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단체협약에 있는 상여금은 이미 확정적인 조합원들의 권리로 된 것이고 교섭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파업에 돌입하거나 분쟁을 겪고 있는 지역들은 모두 버스 '준공영제'를 운영 중인 곳이다. 버스 회사의 운행 적자분을 보전하기 위해 각 지자체는 세금을 동원한다. 이용객이 적은 적자 노선을 운영하고 값싼 요금으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도 최근 4년간 2조5590억원의 예산을 준공영제 운영에 투입했다. 올해 예산 3200억원까지 합치면 5년간 2조9790억원을 버스 지원에 쓰고 있다.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노조측 의견이 수용될 경우 서울시는 실질 임금 상승률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경우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시비 규모만 2800억원 가량이 될 전망이다. 사실상 준공영제 예산이 2배 가까이 상승하는 셈이다. 예산 증액 없이 노조측 입장을 수용하려면 버스 요금을 기존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요금 인상도 오랜 기간을 두고 조금씩 올려왔는데 버스 요금을 급격히 인상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요금 인상에 대한 반발이 큰 만큼 감차 등 다른 방식의 조정안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시는 지난해 준공영제 도입 20년을 맞아 전면적인 버스 노선 재편을 예고한 바 있다.
운송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의 재정지원 부분과 운행 수익이 맞물려 있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경우에는 비용 절감을 위한 극단적인 시도까지 나오지 않겠나 하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준공영제는 버스 전체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저소득·고령화층의 절대 수요가 늘며 재정 부담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재정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확보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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