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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방산 시장 미국으로 향하는 한화그룹 "신뢰구축 먼저"

한화디펜스 USA, 10兆 美 육군 자주포에 도전
한화오션, 美 함정 수주 2028년 후 실적 보장의 '키'

세계 최대 방산 시장 미국으로 향하는 한화그룹 "신뢰구축 먼저"
(출처=연합뉴스)


한화그룹의 미국 행보
계열사 내용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디펜스 USA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 육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 경쟁 참여
1조~1.4조 투자해 155㎜ 포탄용 추진 장약 현지 생산공장에 투자
한화오션 필리조선소에 40% 투자
한화시스템 필리조선소에 60% 투자
(NH투자증권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화그룹이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 방산시장의 문을 노크하며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섰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의 전략적 수요에 맞춰 어떤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조 체계를 완비하고 있으며, 미국 내 여러 조선소를 확보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도 이같은 일환이다.

10조원 '美 자주포' 시장 정조준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법인인 한화디펜스 USA를 통해 SPH-M(미 육군 자주포 현대화 사업)에 K9A2로 참여 중이다. SPH-M는 미 육군의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ERCA 개발 프로그램 실패 뒤 새로운 자주포 시스템 모색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 미 육군이 700여대의 자주포 시스템을 운용 중인 것을 감안하면 계약 규모는 10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화디펜스 USA를 포함해 △아메리칸 라인메탈 비히클스 △BAE보포스 △제너럴 다이나믹스랜드 시스템즈 △엘빗 시스템즈 USA 등 5개 기업이 경쟁 중으로, 2030년 초기 배치가 목표다. 한화디펜스 USA의 K9A2는 증강된 치사력, 연장된 사거리, 높은 발사 속도, 우수한 기동성, 신뢰성, 향상된 생존성 등 미 육군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1조~1조4000억원을 투자해 155㎜ 포탄용 추진 장약 현지 생산공장에 투자, 2029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지 직접 생산을 위해서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150㎜ 탄약 비축량이 역대 최저 수준까지 줄었다. 비축량을 늘리기 위해 생산시설 현대화가 시급하다.

1단계 사업으로 니트로 글리세린(NG), 니트로 셀룰로오스(NC), 다기 추진제를 생산 가능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키로 했다. 올해 1572억원을 투자하고, 2026년 6861억원, 2027년 4117억원, 2028년 1172억원을 추가 집행한다. 2단계 사업은 차세대 모듈화 추진 장약 관련인데 검토 중이다.

한화그룹은 미국 지상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해 2024년 8월 한화디펜스 USA 대표에 미국 해군 출신인 마이크 스미스를 선임했다. 한화디펜스 USA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부합토록 미국 내 공급망 구축, 일자리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함정 수주를 2028년 이후 실적 보장의 '키'로 보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저조한 것을 고려, 한화오션의 수주 곳간은 2028년 이후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데 부족한 곳간을 채울 수 있는 해법으로 꼽힌다.

올해 초 발의된 미국의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이 통과되면 2026~2027년 미국 함정 발주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함정 수주에 성공하면 한화오션의 군함 건조 역량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와 평판 제고도 기대된다. 한화시스템의 통제 시스템 및 레이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장 체계 등 그룹 내 방산 계열사의 기술을 통합 제공할 수 있어 시너지 극대화가 예상된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재광,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리조선소는 미국 해상수송사령부(MSC)의 전략고속수송선(T-AKR) 2척을 수리한 이력이 있다. 군함 일부에 대한 블록 건조 등 보조 생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투함의 본격적인 신조를 목표로 한다면 보안 기준을 충족하고, 고도의 기술 설비를 갖춘 별도의 신규 야드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한화오션, 美 군함 시장진출 순항
이에 한화그룹이 미국의 핵심동맹국인 호주 오스탈(Austal) 지분을 9.9% 인수 후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통해 19.9%까지 늘린 것이 주목된다. 한화그룹은 장기적으로 오스탈의 미국 내 조선소, 한국 옥포조선소를 연계해 군함을 생산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미국 군함 시장 진입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에 대한 투자도 단행, 연 선박 건조량을 1~1.5척에서 8~10척 이상 늘릴 계획이다. 현재 50여명의 조선업 전문가를 현지에 파견한 상태다.

이재광,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대표는 '4번 도크 운용 최적화로 연 3~4척 건조, 5번 도크를 활용해 생산량을 6~8척까지 확대하고 생산 능력 개선, 블록 형태 군함 생산 등을 통해 최대 10척까지 생산량 확대가 목표'라고 설명했다"며 "필리조선소에는 용접 로봇 투자 등의 자동화 역량 강화, 옥외 PE 설비, 블라스 팅 및 도장 공장 투자를 통한 효율성 개선 등 레이아웃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생산량 연 10척에는 인력이 현재 1500명에서 4000명까지 확대돼야 할 것이다. 건조 물량 확대시 장기 매출은 연 3조원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일찍부터 미국과 비즈니스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미국의 선박 건조 프로세스, 미국 사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치를 높이는 무형적인 효과가 향후 미국발 사업에 대한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