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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니 연달아 찾은 구광모 "5년 뒤 생존전략 모색하자"

LG엔솔 현지 생산현장 점검 등
동남아 전기차 배터리 강화 행보
캐즘 돌파 위한 파트너 협력 강조
이머징 마켓 진출 확대 전략 일환

인도·인니 연달아 찾은 구광모 "5년 뒤 생존전략 모색하자"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2월 인도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LG 제공
인도·인니 연달아 찾은 구광모 "5년 뒤 생존전략 모색하자"
"5년 뒤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구광모 LG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달 초 LG에너지솔루션의 동남아 전초기지인 인도네시아를 전격 방문, 전기차 캐즘(수요부진)돌파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 2월 말 LG그룹 총수로서 21년 만에 인도를 방문한 데 이어 약 3개월 만에 세계 1·4위 인구대국(합계 17억5000만명)을 모두 찾은 것이다. 구 회장이 관세전쟁, 전기차 시장 부진 등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그룹의 성장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터리 사업 강한 의지 피력

LG는 구 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HLI그린파워를 6월 초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 현장을 점검했다고 9일 밝혔다. 구 회장은 배터리 공장에 이어 LG전자의 최대 TV생산공장인 인도네시아 찌비뚱 공장 및 연구개발(R&D)법인, 현지 가전 유통매장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의 인도네시아 방문에 대해 "올해부터 본격화된 이머징 마켓 진출 확대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23년, 2024년 미국과 캐나다 중심이었던 구 회장의 출장지도는 올들어선 인도(2월), UAE(2월), 인도네시아(6월)로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의 격화되고 있는 경쟁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뒤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LG는 구 회장이 이번 HLI그린파워에서 전기차 캐즘 돌파를 위한 파트너사와의 연대와 협력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HLI그린파워'는 지난 2021년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설립한 배터리셀 공장이다. 총 32만㎡ 부지에서 전기차 15만대 가량에 탑재할 수 있는 연간 10GWh(기가와트시)규모의 배터리셀 생산이 가능한 공장이다. 지난해 4월부터 배터리셀 양산이 본격화됐으며, 그로부터 4개월만에 수율(정상품 비율)이 96%를 넘는 등 높은 품질경쟁력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LG관계자는 "구 회장이 전극공정, 조립공정, 활성화공정 등 배터리셀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경쟁사 대비 LG만의 차별화된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집중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구 회장은 이번 방문을 기념해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에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이 되길 기원합니다'라고 적는 등 동남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구 회장은 올해 3월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산업을 미래 국가 핵심 산업이자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반드시 성장시킬 것"이라며 배터리 사업 육성의지를 밝힌 바 있다.

LG 관계자는 이 같은 구 대표의 배터리 행보에 대해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철저하게 포스트 캐즘을 준비하겠다는 구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약 2억 8000만 명으로 동남아시아 1위, 세계 4위이며 동남아 최대 잠재시장이다.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 및 채굴량이 세계 1위로 동남아 지역 전기차의 전략적 거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머징 공략, 한층 구체화될 것

LG그룹은 지난 1990년 인도네시아에 LG전자 법인을 설립한 이후, LG이노텍(2000년), LG CNS(2006년), LG에너지솔루션(2021년) 등을 차례로 진출시켰다. 현재 총 10개의법인(생산공장 4개)이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서부에 위치한 찌비뚱 공장은 LG전자의 최대 TV 생산기지다.
현재 이 공장에선 TV, 모니터, 사이니지 등을, 자카르타 북서쪽 땅그랑 공장에서는 냉장고, 에어컨 등이 생산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23년에는 찌비뚱 공장 인근에 R&D법인을 신설하며 R&D, 생산, 판매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체제를 구축하고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재계는 구 회장이 이번 인도네시아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지역에 대한 LG의 글로벌 전략이 한층 구체화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