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성인용품에 대한 집착은 상당한 것"
"범인은 이전이나 이후에도 유사 범행 반복했을 가능성"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파이낸셜뉴스] 부산의 한 성인용품점에서 벌어진 여성 살인 사건이 20년 만에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S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지난 2004년 2월, 성인용품점 주인 이정숙(가명) 씨가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을 재조명했다.
이 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6년째 성인용품점을 운영 중이었다. 하지만 2월 13일 밤, 손님이 왔다며 친구와의 통화를 끊은 것이 생전 마지막이었다. 그날 밤 그는 하의가 벗겨진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매장은 어질러져 있었고, 얼굴과 목을 집중적으로 공격당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사건은 단순 강도나 충동적 범행이라 보기엔 이상한 점이 많았다. 속옷이 사라졌고, 정액 반응은 없었다. 하지만 시신에 대한 엽기적인 훼손이 발견돼 성적 일탈이나 변태적 성향의 범죄로 추정됐다. 그러나 당시 확보된 지문, DNA는 범인 특정에 실패하면서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해당 방송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자백한 두 연쇄살인범이 소개됐다. 먼저 20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유영철. 그는 경찰 사칭 후 성인용품 장사꾼을 죽인 전력이 있으며, 범행 공백기였던 시점에 부산에 있었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두 번째 용의자는 영화 '암수살인'의 실제 모델이 된 이두홍(가명). 그는 인근 나이트클럽 여성 종업원을 목 졸라 살해한 바 있으며, 자필로 '부산 성인용품점' 살인 자백서를 작성한 바 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였던 비닐 포장 성인용품에서 검출된 DNA는 O형 남성의 것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DNA 대조에서 불일치가 나와 수사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사건 현장에는 여전히 중요한 물증들이 남아 있다. 범행 현장에서 수거된 안경알은 범인이 심각한 난시가 있는 40~50대 직장인일 가능성을 암시했다.
특히 범인의 난시 도수는 일반인 평균의 12배 이상인 60도로 추정됐고, 착용한 안경은 저가형으로 알려졌다. 또 현장에 남은 단추는 특정 브랜드 2곳의 청색 남방에서 떨어진 것으로, 구두 족적과 함께 당시 남성이 직장인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프로파일러들은 이 범인이 지역 주민이 아닌 외부인일 가능성이 높으며, 변태적 성향으로 인해 익명성이 보장되는 지역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추정했다.
전문가는 현장에 남은 증거들만으로는 이두홍의 범행과 가까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수사 관계자는 이두홍의 자백이 자신이 한 짓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들은 것을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장에 남은 증거와 단서로 범인을 찾기 위해 총력을 가했던 수사팀. 하지만 끝내 범인은 잡지 못했다.
이에 전문가는 "성인용품에 대한 집착은 상당한 것. 이 범인은 이전이나 이후에도 유사 범행을 반복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이에 방송은 하루빨리 수사가 재개되어 새로 찾은 안경과 단추알 등의 정보를 토대로 이두홍과 인연이 있는 이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을 촉구했다. 또 유영철과 이두홍이 남긴 자백에 대한 모든 의문이 말끔히 풀리길 빌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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