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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역대 3번째 흑자 행진에도...한은 “관세 영향 하반기부터”

4월 경상수지 57억달러 흑자... 24개월째 플러스
반도체·의약품 수출 호조에 4월 기준 역대 3위
5월 무역수지 개선...상품수지 흑자 전망
美 관세 영향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듯

2000년대 이후 역대 3번째 흑자 행진에도...한은 “관세 영향 하반기부터”
송재창 금융통계부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개최된 '2025년 4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 4월 경상수지가 57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4월 기준 역대 세 번째 흑자폭을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도 24개월째로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로 긴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철강 등을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영향이 일부 나타나는 가운데, 하반기부터 그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상수지 57억달러 흑자...24개월째 흑자행진

경상수지 추이
(억달러)
기준 규모
2024/04 14.9
2024/05 90.9
2024/06 131.0
2024/07 90.5
2024/08 67.3
2024/09 112.9
2024/10 94.0
2024/11 100.5
2024/12 123.7
2025/01 29.4
2025/02 71.8
2025/03 91.4
2025/04 57.0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57억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3월(91억4000만달러)과 비교해 34억4000만달러 감소했으나 전년 동월(14억9000만달러)보다는 많은 수치다.

월간 흑자폭은 4월 기준으로 2015년(72억2000만달러), 2014년(68억8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3위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249억6000만달러)는 전년 같은 기간(179억7000만달러)을 69억9000만달러 상회했다.

이에 경상수지는 24개월째 흑자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 2012년 5월~2019년 3월(83개월), 2020년 5월~2022년 7월(27개월)에 이어 세 번째로 긴 흑자 기록이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는 89억9000만달러로 전월(84억9000만달러)보다 흑자폭이 확대되는 등 2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의 경우 585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9% 증가하며 석 달 연속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두 달 연속 증가하는 등 정보기술(IT) 품목의 호조가 지속된 가운데 비IT품목도 의약품, 철강 등이 늘면서 증가했다. 통관 기준으로 반도체(16.9%), 무선통신기기(6.3%), 의약품(22.3%) 등이 상승했다. 반면 수입도 495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5.1% 감소하며 석 달 만에 줄었다. 자본재(+8.7%)는 증가했지만, 에너지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원자재(-10.4%) 감소세가 확대되고 소비재(-2.1%)도 줄어든 결과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4월 경상수지는 전년 동월에 비해 비교적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면서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와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확대된 데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상품수지 흑자 지속 전망...관세 영향은 3분기부터
한은은 5월에도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송 부장은 “5월 무역수지 개선에 따라 상품수지가 흑자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하락으로 상품 수입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어 “순대외 금융자산이 계속 증가하면서 대외 배당 수입이 증가하고 이자 수입도 늘어 5월에는 본원소득수지도 흑자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까지는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전망치인 378억달러 흑자는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미국의 관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 하반기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의 수출에서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며 "3·4분기 이후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면 미국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국내 생산과 수출이 줄어드는 모습도 나타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지역별로 보면 미국 수출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지난 4월 수출은 동남아와 유럽연합(EU)에서는 각각 8.6%, 18.4% 증가했지만 미국에서는 6.8% 감소했다.
지난해 4월 미국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4.2% 증가한 것과 비교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해 흑자로 기록되는 '불황형 흑자'로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진단이다. 송 부장은 "에너지 가격 하락 요인을 제외하면 자본재 위주로 수입이 견조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불황형 흑자라고 얘기하기에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