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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 vs 中 희토류… "먼저 내려놔라" 팽팽한 기싸움

미·중 고위급 무역회담 이틀째
수출제한 해제 논의 이어갈 듯
첫날은 각자의 협상무기 재확인
지난달 '휴전 합의' 놓고도 격돌
트럼프 "中과 잘하고 있다" 여유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과 미국의 반도체 설계 등 첨단 기술 이전 동결이라는 서로에게 겨눈 칼을 내려놓는 조건을 둘러싸고 미중 양국은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였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희토류 대미 수출 제한을 완화할 경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한을 조금 풀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런던에서 고위급 무역 회담 이틀째 담판을 갖고 '무역 전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수출통제 문제를 논의했다. 전날 양국은 고위급 무역 회담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지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양국의 협상의 키를 쥐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며 이 문제를 집중 협의했다.

■미중 무역전쟁 엔딩, 희토류가 좌우

첫날에 이어 이틀째 협상에서도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의 대미 수출 제한을 완화하는 조건으로 중국을 겨냥한 기술 수출통제를 일부 해제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치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을 비롯해 제트기 엔진 부품, 화학 및 원자력 소재 등에 대한 수출통제를 해제할 수 있다는 카드를 이날도 재확인했다.

이런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는 미국이 최근 중국과 무역 갈등 국면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새로 시행하기 시작한 것들이다. 다만 미국이 대중 수출 통제를 완화하더라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중국 기업에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을 수출하는 것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미국이 이를 완화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서다. 이와 관련,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이 대미 희토류 수출을 서서히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을 공급받지 못한다면 희토류에 대한 대미 수출을 다시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틀째 회의는 전날 9일 미국과 중국 대표단의 6시간 이상의 장시간 협상의 주요 의제들을 이어서 진행했다.

양국 대표단의 면면은 상당히 화려하다. 미 대표단은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을 비롯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가, 중국 대표단은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中, 쉽지 않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우리는 중국과 잘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난 우리가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난 좋은 보고들만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을 개방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이 오랫동안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때까지 어느 미국 대통령도 중국에 대응할 용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협상은 양국이 지난 5월 10∼11일 제네바에서 타결한 무역 합의에 대한 위반 여부를 둘러싼 양국 간 입장차에서 비롯됐다. 당시 양국은 90일간 서로 관세를 115% p씩 대폭 낮추기로 했다. 중국은 미국이 지난 4월 초에 발표한 상호관세에 대응해 시행한 비(非)관세 조치를 해제하는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해제하기로 한 비관세 조치 가운데 핵심광물과 희토류의 수출통제가 유지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합의 위반을 주장해왔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제네바 합의 이후 발표한 대(對)중국 수출통제를 차별적이라며 미국에 합의 준수를 촉구해왔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자 이런 광물을 중국에 의존해온 미국 자동차, 전자 등의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런던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하기로 했다.

theveryfirst@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