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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민, 영화보다 공연·전시 선호..연평균 문화비 21만4000원

“외로움·고립 해소에 문화예술 역할 커져”

서울시민, 영화보다 공연·전시 선호..연평균 문화비 21만4000원
광화문에서 펼쳐지는 야외오페라 '마술피리'

서울시민, 영화보다 공연·전시 선호..연평균 문화비 21만4000원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놀이마당 특설무대에서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민, 영화보다 공연·전시 선호..연평균 문화비 21만4000원
공연예술 전시 관람률 증가 추이. 2025.06.11. (도표=서울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서울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수준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을 회복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공연과 전시 관람이 영화 관람을 넘어서는 등 시민들의 문화 활동 양상이 다변화되고 있으며, 고령 인구와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 정책의 필요성도 다시금 부각됐다.

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송형종)은 2024년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민 1만2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장애인 조사 대상은 지난해 313명에서 755명으로 늘려 문화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보다 정밀하게 반영했다.

팬데믹 이전 회복… 연평균 7.2회 관람, 21만4000원 지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문화예술 관람률은 2024년 76.1%로, 팬데믹 이전인 2018년(75.6%) 수준을 회복했다. 연평균 문화관람 횟수는 7.2회, 1인당 평균 문화비 지출은 21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의 4.6회, 16만8000원과 비교해 각각 1.5배, 4만6000원이 늘어난 수치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26만5000원으로 가장 많이 지출했으며, 70대는 8만8000원으로 가장 적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문화예술 관람 콘텐츠의 이동이다. 공연·전시 관람률은 65.2%로, 영화 관람률(47.9%)을 앞질렀다. 2022년에도 공연·전시 관람(56.2%)이 처음으로 영화 관람(48.4%)을 앞섰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는 OTT 서비스의 확산으로 영화관 이용이 줄어든 반면, 공연·전시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특성과 팬데믹 이후 순수예술 수요 증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디지털 매체를 통한 문화예술 콘텐츠 소비율은 2024년 81.5%로 2022년보다 8.0%p 증가했다. 장르별로는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이 65.3%로 가장 높았고, 음원(44%), 웹툰·웹소설(25.7%)이 뒤를 이었다. 오프라인 관람과 병행하는 비율은 68.9%였으며, 디지털 콘텐츠만 소비하는 응답자도 12.6%에 달했다.

AI가 제작한 전시나 공연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는 45.7%, 관람료를 지불하겠다는 비율도 35.9%에 달했다.

고령층 관람·참여율 낮아… 문화예술, ‘건강 유지’ 목적 커

50세 이상 고령 인구를 세분화한 조사에서는 55~64세가 문화예술 관람(79.5%)과 참여(36.6%)에서 가장 활발한 연령대로 집계됐다. 디지털 콘텐츠 소비율은 50~54세가 83.7%로 가장 높았다.

반면 75세 이상은 문화예술 관람(32.3%), 참여(10.8%), 디지털 콘텐츠 소비(41%) 모두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50세 이상 인구의 66.6%는 "나이 들수록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답해 문화 향유에 대한 기대는 여전했다. 문화예술 활동 목적은 ‘건강 유지’가 70.1%로 가장 높았고, 은퇴 후 자기 계발(53.8%)과 사람들과의 교류(48.4%)가 뒤를 이었다.

장애인의 문화예술 관람 경험률은 일반 시민과 큰 차이를 보였다. 관람 경험이 전혀 없다는 응답은 일반 시민이 23.9%였던 데 반해, 장애인은 64.5%에 달했다. 월 1회 이상 관람하는 비율도 일반 시민 13.3%에 비해 장애인은 0.7%에 불과했다.

배리어프리 문화예술시설 조성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접근성’이 45.3%로 가장 많았다. 지체장애인은 접근 자체를, 청각·시각장애인은 공연과 전시 이용의 편의성을 각각 중요하게 꼽았다. 장애인이 시설 이용을 꺼리는 이유로는 접근성 불편(31.2%), 프로그램 참여 어려움(28.4%), 정보 부족(12.8%) 등이 지목됐다.

외로움·사회적 고립에도 문화예술이 긍정 효과
올해 처음으로 외로움·사회고립 고위험군에 대한 심층 조사 및 분석을 진행해 문화예술이 정서 건강에 미치는 영향 분석도 실시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개발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척도’를 조사문항에 반영한 결과 응답자인 서울시민 10명 중 4명(39%)이 ‘외로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고, 10명 중 1명(11.4%)이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에 해당했다. 외로움 고위험군은 젊은 층이 많았고, 사회적 고립은 중장년층이 많았다.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 41.2%가 문화예술 관람경험이 없었고 ‘외로움 고위험군’도 24.5%에 달했다. 문화예술 활동 참여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의 73.2%가 없다고 답했고 ‘외로움 고위험군’은 절반에 해당하는 52.1%가 참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로움 고위험군의 60.1%,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의 41.1%는 문화예술 관람이나 활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한편 서울문화재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민들의 다변화된 문화 향유 양상을 문화예술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문화예술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설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