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직접 해보니 30분 소요...부담 적어
1020세대 헌혈참여, 10년 전 절반 수준
"젊은 층 참여 절실"
서울 신논현역 인근 '헌혈의집 강남센터'에서 헌혈하는 모습. 사진=이현정 수습기자
헌혈 기념품. 사진=이현정 수습기자
'헌혈의집 강남센터' 대기실 전경. 사진=이현정 수습기자
'헌혈의집 강남센터' 휴게실 전경. 사진=이현정 수습기자
[파이낸셜뉴스] 세계 헌혈자의 날(6월 14일)을 이틀 앞둔 지난 12일. 서울 신논현역 인근 '헌혈의집 강남센터'에는 이른 오후부터 헌혈을 위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선행,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애 첫 도전이었다.
기자는 예약 없이 센터를 방문했지만 간단한 전자문진과 혈압 측정, 피 수치 검사 후 신속하게 헌혈을 진행할 수 있었다. 통상 피 수치 검사 기준(헤모글로빈 수치 12.5 이상)에 부합하면 헌혈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 헌혈의 경우, 일반적으로 400mL를 채혈하지만 혈관 상태에 따라 320mL로 조정되기도 한다.
전혈 헌혈은 약 10분 만에 끝났다. 대기 중에는 영화 관람권, 편의점 교환권, 아이돌 포토카드 등 다양한 기념품을 선택할 수 있다. 헌혈 후엔 15분 간 휴식을 취하며 과자와 음료를 즐길 수 있었고, 전체 과정은 약 30분 소요됐다. 혈액 검사 결과는 모바일 앱 ‘레드커넥트’를 통해 간편하게 확인 가능했다.
■"미래의 나를 위한 헌혈"
"헌혈은 선순환 구조다. 언젠간 내가 수혈을 받아야 할 수도 있는데, 내가 수혈 받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피가 필요하다. '미래의 나'를 위해 헌혈에 참여해주시면 좋겠다."
같은 날 헌혈의집 강남센터에서 만난 이승아 센터장은 헌혈 참여를 독려하며 이 같이 말했다. 해당 센터는 평일 기준 30명 내외, 주말 기준 평균 50~60명의 헌혈자가 찾는다.
그러나 최근 10·20세대 헌혈 참여자 감소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강남센터 기준 10대 헌혈은 10년 전보다 50%, 20대는 약 20% 줄었다.
전국 단위 통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발간한 2024년 혈액사업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16~19세 헌혈 참여 건수는 약 55만건, 20대는 약 100만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 각각 약 105만건, 약 130만건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감소세다.
이 센터장은 “저출산 추세에서 헌혈 가능 인구(만 16세~69세)를 고려한다면 젊은 세대의 헌혈 참여가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다회 헌혈자들이 떠받치는 헌혈 구조"
헌혈 참여 감소에도 혈액 보유량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은 다회 헌혈자들의 꾸준한 참여 덕분이다. 지난해 헌혈자 1인당 평균 헌혈 실적은 2.26건으로, 2015년(1.85건)보다 증가했다. 이 센터장은 “헌혈을 한 번 하기 시작하면, 봉사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이어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헌혈의집 강남센터에서는 인생 첫 헌혈을 위해 방문한 사람부터 84회 헌혈 참여자까지 다양한 이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공군 입대 가산점을 얻기 위해 처음 헌혈에 나섰다는 A씨(21)는 “주변에서는 헌혈을 잘 안 하지만, 직접 해보니 기회가 된다면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약 70회 헌혈에 참여한 황재웅씨(37)는 “TV에서 헌혈을 100번 했다는 사람을 보고 헌혈을 시작해 습관처럼 꾸준히 이어졌다”며 “선행하는 기분이 들어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헌혈 84회째인 송모씨(41)는 “고등학생 때부터 습관처럼 헌혈을 하고 있다”며 “헌혈을 하기 위해 운동도 하고, 술도 안 마시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게 됐다. 백혈병에 걸린 지인에게 헌혈증을 모아서 준 적도 있다”며 헌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대 시절부터 헌혈을 해 온 헌혈 23회차 장연범씨(47)는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혈은 나한테도, 남한테도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간단한 피 검사만으로도 철분 수치 등이 나와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설명이다.
■젊은 세대 헌혈 독려 방안은
20회 이상 헌혈한 이모씨(37)는 “헌혈의 집 피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검사 항목을 더 늘리거나, 헌혈 기념품 등 혜택을 확대하면 (젊은 층의) 헌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실제 대한적십자사는 젊은 세대의 헌혈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게임 ‘블루아카이브’ 협업 굿즈와 케이팝 아이돌 제로베이스원의 포토카드, 야구 관람 티켓 등을 헌혈 기념품으로 증정하고 있다.
서울남부혈액원에서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프랜차이즈 카페 케이크 교환권을 증정하기도 했다.
교육 당국 차원에서의 노력도 거론됐다. 이 센터장은 “학교 교과 과정에 헌혈이 무엇인지, 헌혈이 왜 필요한지 등을 알려주는 교육 시간을 마련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나중에라도 헌혈 참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chord@fnnews.com 이현정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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