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0년 6월 14일 밤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정상간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이재명 정부가 들어선지 수주만에 대북정책이 유화적으로 급격히 바뀌면서 6·15선언 기반으로 조성된 9·19 군사합의 복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9·19 군사합의는 윤석열 정부 기간에 남북관계가 급랭하면서 파기됐다.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5주년을 맞았지만 북한은 2년 연속 별 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도발 수위를 낮추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보이면서 조만간 소통채널이 복원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휴전선 일대에서 북쪽에 송출하던 대북방송을 우리 정부가 즉각 중단한 지 단 하루만에 북한도 화답하듯 대남방송을 정지 시켰다. 남측의 유화책에 북한이 처음 반응한 것이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지를 북쪽으로 날려 보내 북한을 자극하는 단체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지난 14일 지시하는 등 남북평화 정착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6·15 남북공동선언은 공식적으로 파기선언이 나오진 않았지만, 북한이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면서 효력이 크게 약화됐다. 북한은 윤석열 정부 기간에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제거하겠다고 밝히는 등 6·15 선언의 정신과 실천을 사실상 부정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6·15 선언의 실천기구였던 남측위원회도 명칭과 역할을 변경하고, 북측위원회와 관련 기구들은 해체됐다.
6·15선언과 달리 9·19 군사합의 윤석열 정부 기간에 완전 파기됐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9·19 합의 1조 3항(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 정지를 먼저 의결했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 "9·19 합의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겠다"고 파기를 선언했다. 9·19 군사합의는 지난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체결했다. 남북은 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9·19 군사합의 복원을 위해선 남북한 소통채널의 복원이 가장 급선무가 되고 있다. 한반도에 남북간의 소통채널 복원 여부는 동해와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우리 당국에 의해 보호중인 북한 주민의 송환 여부에 첫 단추가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의 송환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수개월째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남북간의 소통채널이 끊어지면서 송환 방식을 두고 서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다음 행보는 통신채널 복원과 북한표류어민 송환이 우선이 될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비정치적 협력, 9·19 군사분야합의 복원 등으로 확산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양 교수는 다만 "북한은 적대적 국가관계의 헌법화 속에서 남북관계복원에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보다 북러 밀착의 이익이 더 크다고 보고 관망세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18년 9월 19일, 남북정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을 위해 평양 5·1경기장에서 관람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뉴스1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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