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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분진에 장기간 노출로 사망, 법원 "유족급여 지급해야"

20년간 금속 용해와 연마 작업…"특발성 폐섬유화증이 직접 원인"
공단 "인과관계 인정 안 돼" 유족급여 거부…법원 "다른 사인 없어"

금속 분진에 장기간 노출로 사망, 법원 "유족급여 지급해야"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장기간 금속 분진 등에 노출됐다가 사망에 이르렀고,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일반적 병세와 다르다고 해도 유족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최근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유족급여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공장에서 금속 용해 및 연마 작업에 종사하며 오랜 기간 금속 분진 등을 흡입했다가 2020년 4월 '특발성 폐섬유화증' 진단을 받았다. 이 작업은 금속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작업으로 화학약품과의 접촉이 잦다.

이후 A씨는 2022년 6월 이 질환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 승인을 받았고, 같은 해 12월 사망했다. A씨의 사망진단서에는 사망 원인으로 '특발성 폐섬유화증'이 명시됐다.

이에 A씨의 자녀들은 사망 원인이 해당 질환과 직접 관련이 있다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심정지에 도달한 기간이 짧은 상태로 일반적인 폐섬유화증의 급성 악화와는 경과가 맞지 않다'는 자체 자문의 의견을 근거로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뒤 지급을 거부했다.

유족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질병의 악화 외에 다른 사인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진행성 폐 섬유화로 인해 호흡곤란, 기침 등이 발생하고 호흡부전 외에도 합병증으로 인해 진단 후 환자들의 생존 기간 중앙값은 약 3~5년 정도로 예후가 불량하다"며 "이로 인한 호흡곤란 외에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다른 원인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 참여한 감정의 의견도 마찬가지라는 점도 반영됐다. 감정의는 "A씨의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지속적으로 악화했고 급성악화도 발생했다"며 "A씨의 직접사인은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급성악화, 직접사인의 원인은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법원 감정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공단 자문의의 의견에 대해서는 "(A씨가) 짧은 시간에 사망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계속 특발성 폐섬유화증의 급성악화로 호흡곤란을 호소하던 환자"라고 반박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