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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G7, 50년 리더십에 균열…美 1강 체제 속 공동선언도 포기

캐나다 개최 G7 정상회의, 공동선언 생략 방침. 50주년 회의 상징성 퇴색
미국 제외 G6 세계 GDP 비중 2000년 35%→2024년 18%로 절반 이하
일본은 15%→4%로 추락, 브릭스플러스는 28%까지 부상
트럼프의 '딜 외교' 선호, G7 경시로 다자체제 위축

흔들리는 G7, 50년 리더십에 균열…美 1강 체제 속 공동선언도 포기
2002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렸던 캐나다 앨버타 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정상들이 사진 촬영하는 장면. 당시 러시아도 정회원으로 초청돼 G7이 G8으로 확대됐다. 뉴시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주요 7개국(G7)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1강' 체제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자 외교 경시 속에 G7 정상회의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는 지적이다. 출범 50주년을 맞은 올해 회의는 공동성명 채택 여부조차 불투명한 채 진행되고 있다.

G7 정상회의는 16일부터 이틀간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다. 의장국 캐나다 정부는 정상선언을 채택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사전에 밝히고, 주제별 개별 문서를 통해 성과를 도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세계 자유무역 체제를 흔들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압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 정세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G7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G6+1' 구조가 강화되는 배경 중 하나는 미국과 G6 국가 간 경제력 격차 확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G6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5%에서 2024년 18%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일본의 하락이 두드러진다. 2000년 15%였던 일본의 비중은 올해 4%로 크게 낮아졌다.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저성장과 저출산·고령화가 주된 원인이다.

반면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하며 전후 일본을 능가하는 고도성장을 실현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GDP는 세계의 17%에 이르며 G6의 총합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30%에서 2024년 26%로 비중이 소폭 감소했지만 G7 내 비중으로는 같은 기간 46%에서 59%로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 거대 테크 기업을 보유한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왕성한 개인 소비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G7 내부의 이 같은 격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자 외교 경시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양자 간 '딜 외교'를 선호하며 G7을 여러 국제 틀 중 하나로 치부해왔다. 2018년 1기 당시에도 자유무역 관련 표현을 놓고 정상 간 갈등이 발생했고, 어렵게 채택한 공동성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3시간 만에 철회한 바 있다. 2019년에는 의장국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A4 한 장짜리 선언문만을 채택하는 데 그쳤다.

각국의 세계 GDP 점유율을 보면 중국 이외 신흥국도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국 연합체 '브릭스(BRICS)'는 올해부터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참여한 '브릭스 플러스'로 확대됐다. 이들의 세계 GDP 비중은 2000년 11%에서 2024년 28%로 증가했다. 신흥국들 사이 "미국과 유럽 중심의 국제 규범은 자국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진 가운데 G7 이외에도 다양한 다자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2008년에는 세계 GDP의 80%를 차지하는 20개국(G20)이 출범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빈번하다.

미국 정치·경제학자 이언 브레머가 이끄는 유라시아그룹은 2025년 세계 10대 리스크 중 1위로 '심화되는 G제로(G-Zero) 세계의 혼돈'을 꼽았다. G7이나 G20조차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G제로로 명명했다.

기우치 노부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의 부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무역 및 국제결제 시스템 등 선진국 중심으로 설계된 글로벌 규범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