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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균으로 화학원료 만든다 '생산성↑'

대장균으로 화학원료 만든다 '생산성↑'
바이오센서(회색 점선 안)가 삽입된 대장균. 이탄콘산을 잘 만드는 대장균만 항생제 내성을 갖도록 설계됐다. UN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아세트산을 더 잘 소화하는 대장균만 살아남도록 유도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는 진화 기술이 개발됐다. 이 방식으로 얻은 대장균은 아세트산을 친환경 접착제·플라스틱 원료인 이타콘산으로 바꿔내는 능력이 1.7배 뛰어나, 대장균을 화학 원료 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김동혁 교수팀은 포할공대(POSTECH) 정규열 교수팀, 한국화학연구원 노명현 박사와 함께 아세트산을 이타콘산으로 대사하는 능력이 평균 1.7배 향상된 대장균주를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타콘산은 생분해 플라스틱, 의료용 접착제 등에 쓰이는 물질이다. 지금은 곰팡이로 전분 등을 발효해 생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식량 자원을 소모하고 생산 비용이 많이 든다.

연구팀은 이타콘산을 많이 만들수록 살아남는 조건을 설정해 대장균을 진화시켰다. 이타콘산 농도에 따라 항생제 저항 유전자의 발현량이 달라지도록 설계된 바이오센서를 대장균에 삽입한 것이다. 항생제 농도를 점차 높이며 배양을 반복하면, 이타콘산을 많이 생산하는 대장균만 살아남게 된다.

약 50세대에 걸친 배양을 통해 실험실 진화를 유도한 결과, 기존보다 이타콘산 생산량과 분열 속도가 각각 1.7배 향상된 균주를 확보했다. 또 진화한 대장균은 약 3만1000개의 염기쌍에 해당하는 유전체가 통째로 사라져 있었으며, 그 안에 포함된 유전자 2개의 결실이 아세트산 대사와 생장 효율 향상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유전자 결실은 대장균의 생리 상태를 바꿔 스트레스 환경에서 나타나는 ‘긴축 반응(stringent response)’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혁 교수는 “진화 기반의 분석 방법론을 통해 미생물의 생리 반응을 재해석하고, 기존에는 단점으로 여겨졌던 요소를 장점으로 바꾸는 실마리를 얻었다”며 “화석연료 고갈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화학소재 생산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과 해양수산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인 생물자원공학(Bioresource Technology)에 6월 1일 출판됐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