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의사 확인하지 않고 퇴소…자기결정권 침해"
사회복지법인 "권고 처분 부당" 주장하며 행정소송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거주시설에서 퇴소시켰더라도, 이를 인권침해로 단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언어적인 표현을 하지 못하더라도, 행동 등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의사소통을 했다면 당사자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영민 부장판사)는 A 사회복지법인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권고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법인은 서울시의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에 따라 지난 2014년경부터 운영하던 장애인 거주시설을 폐쇄하고,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생활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뇌병변·지체·지적·중복장애를 가진 B씨도 2021년 3월 시설을 퇴소해 지원주택에 입주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퇴소시킨 것은 주거이전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A 법인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이에 A 법인은 인권위 결정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씨가 음성언어 및 대체적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시설 퇴소와 지원주택 입소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A 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음성 언어만을 통해서는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숨소리, 표정, 몸짓 등과 같은 대체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며 "장애인이 음성언어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이나 진정한 의사를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지 못한다거나 전달하지 못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설에서 근무한 사회복지사들이 작성한 'B씨가 행동을 통해 좋고, 싫음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했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 등을 근거로 B씨와 의사소통이 가능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시설 임직원들이 시설 퇴소와 지원주택 거주에 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와 시설 임직원들과의 관계, B씨의 의사소통 능력 등에 비춰볼 때, B씨가 시설 퇴소와 지원주택 입소의 의미에 관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설에서 나온 이후 B씨의 의사소통 능력이나 활동 능력이 좋아졌다', '원활한 의료시설 활용, 숲 체험, 의복 구입하기 등도 즐겨하면서 만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담당조사관 등의 관찰 결과에 비춰보면, 시설 퇴소가 B씨에 대한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했다거나 보호조치를 미흡하게 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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