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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타고 성수동 핫플 가는 외국인… 달라진 관광 지형도

작년 서울지하철 승하차 분석
외국인 이용자 800만명 육박
최근 7년 가장 많이 타고 내린 역
명동·홍대입구·을지로입구 '톱3'
하루 50명도 채 안가던 성수역
지난해 13배 늘어 순위 급상승
이대역은 4분의 1로 줄어 대조

지하철 타고 성수동 핫플 가는 외국인… 달라진 관광 지형도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이는 명동거리 연합뉴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명동·홍대·성수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서울 지하철을 이용한 외국인 승객이 연간 약 800만명까지 회복했지만, 관광지 간 양극화 역시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콘텐츠와 접근성, 인프라 정비 등 종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8일 본지가 서울교통공사에서 입수한 '외국인 지하철 승하차 통계(2017~2024)'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 지하철(1~8호선)을 이용한 외국인 승객 수는 799만26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코로나19 당시 26만5687명을 2908% 상회한 수준이다. 외국인이 하루 평균 2만1800명꼴로 서울 지하철을 이용한 셈이다.

팬데믹 이전 시기 2200만명 가까이 되던 외국인 지하철 탑승객은 한때 수십만명까지 줄었지만, 2022년 207만명, 2023년 712만명 등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전체 방한 외국인 증가세와 궤를 같이한다. 다만 문제는 이들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역은 매일 평균 2747명이 이용한 명동역이었다. 홍대입구역(1692명), 을지로입구역(1216명) 등이 뒤를 이으며 외국인 승하차 인원 상위 3개 역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으론 서울역(1호선·725명), 잠실역(2호선·682명),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4호선·671명), 안국역(617명),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2호선·576명), 경복궁역(549명), 삼성역(544명) 등 순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명동역과 홍대입구역, 을지로입구역은 지난 8년 간 2021년도를 제외하고 모두 외국인 승하차 인원 순위 3위권을 기록했다"며 "인근 역세권에 각종 숙박시설과 편의시설, 관광지가 밀집돼 외국인 승객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페, 갤러리, 팝업스토어 등이 몰리며 서울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성수역의 지난해 외국인 승하차 인원 순위는 13위로 2017년(83위)보다 무려 70계단 상승했다.

승하차 인원 수는 2017년 하루 평균 34명에서 지난해 445명으로 13배 넘게 급증했다. 성수역은 2020년 78위·2021년 59위·2022년 35위·2023년 24위 등 매년 순위가 꾸준히 상승했다.

반면 2017년 외국인 승하차 인원 순위 16위를 기록한 이대역은 지난해 43위를 기록하며 27계단 하락했다.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으로 비교하면 2017년 465명에서 지난해 108명으로 급감해 7년 만에 4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유동 인구 급감과 지역 상권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이용 패턴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서울 관광지의 인기 변화와 연동된 결과로 분석된다. 지하철은 외국인 관광객의 주요 이동 수단인 만큼, 탑승 데이터는 특정 지역에 소비가 집중되는 '쏠림 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전문가들은 콘텐츠와 인프라 정비가 없는 지역의 경우 외국인 유입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은 다핵도시로, 곳곳에 관광지가 분산돼 있어 외국인이 오면 명동처럼 전통적인 관광지나 가이드 책자에 적힌 추천 장소로 갈 수밖에 없다.
여러 곳을 들르거나 쇠락한 관광지를 돌아볼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객들의 눈높이에 맞는 지역 콘텐츠 육성 및 활성화, 편의시설 확충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짚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발걸음이 뜸해진 관광지의 경우 대체 수단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기술 변화, 산업 변화, 소비자들의 변화를 충족할 수 있는 요소와 접근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